주장 기성용(28·스완지시티)의 따끔한 소신 발언이 뜨거운 화제를 낳고 있다.
기성용은 28일 시리아와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1대0 승)을 치른 뒤 작심한 듯 태극전사의 반성을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그의 쓴소리는 '주위에서 얘기하는 감독의 전술이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이 전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면이 크다. 지금같이 경기하면 감독이 누가와도 문제는 생긴다. 감독의 잘못이라기 보다 볼 관리를 못하고 자주 빼앗기는 모습은 대표팀 수준에 맞지 않다. 선수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로 요약된다.
얼핏 들으면 대다수 축구팬들이 교체를 요구하는 슈틸리케 감독을 옹호하는 것 같지만 많은 이들이 기성용의 소신 발언에 박수를 보낸다.
기성용은 그런 쓴소리를 할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위기에 빠졌던 슈틸리케 감독을 구하는 데 공교롭게도 중심에 섰던 이가 기성요이었다.
작년 11월 1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5차전은 이른바 '단두대 매치'라 불렸다. 이전 조별리그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연이은 졸전에, '네탓'을 하는 듯한 화법으로 설화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하필 그날은 슈틸리케 감독의 62번째 생일이었고 우즈벡전 패배로 조 2위 탈환을 하지 못한 채 최종예선 전반기를 마칠 경우 경질될 것이란 전망이 대세였다.
위기에 빠진 슈틸리케호를 일깨운 이가 주장 기성용이었다. 당시 기성용은 대표팀 차출 전 소속팀 경기 도중 얻은 발등 부상으로 캐나다와의 평가전(11월 11일)에도 출전하지 못한 채 회복에만 전념했다.
본인도 "몸 상태는 100%가 아니다"며 경기 직전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태극마크와 주장 완장을 찬 기성용은 달랐다. 우즈벡전 90분 동안 마치 모든 것을 걸었다는 정신력이 역력하게 표출됐다.
패싱력과 축구 센스에 비해 취약하다는 헤딩 경합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원볼란치(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의 생소한 포지션에서도 슈틸리케호 빌드업의 시작점이었다. 공격 기회가 생겼을 때는 과감하게 전진해 중거리 슛과 날카로운 크로스를 시도하는가 하면 수비 시에는 상대 스트라이커를 마크하고 포백 수비를 보완하는 역할까지 담당했다.
그의 헌신이 동료들을 깨웠다. 기성용은 0-1로 뒤진 전반까지 우즈벡에 허용한 역습 상황을 수차례 협력 플레이로 막아내며 역량을 100% 발휘했다. 너무 많이 뛰었던 터라 후반 움직임이 다소 둔해졌지만 경기 막판 태클에 쓰러진 손흥민을 보호하기 위해 거친 신경전을 벌이기는 등 '캡틴'의 역할을 잃지 않았다. 당시 2대1 역전승의 숨은 조력자는 기성용의 투혼이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기사회생했다.
28일 시리아와의 6차전서도 기성용은 빛났다. 이번 시리아전 역시 중국전 패배(0대1)에 따른 후폭풍이 큰 가운데 두 번째 '단두대 매치'로 여겨졌다.
전반 4분 때이른 선제골 이후 한국축구가 답답함의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을 때 그나마 물꼬를 튼 이가 기성용이었다. 감독의 전술에 따라 전반에 주로 수비형에 치중했던 기성용은 후반 한국영이 교체 투입된 이후 라인을 부쩍 끌어올리며 한국의 공-수 전개의 핵심으로서 사방을 누볐다. 다른 선수들이 여의치 않다 싶으면 기성용에게 먼저 패스를 하는 장면이 속출하는 등 '기성용 원맨팀'같았다.
태극전사들의 부진한 경기력, 미흡한 부분 전술로 큰 실망을 안겨 준 시리아전에서 그나마 낙제점을 면하게 해 준 이가 기성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성용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게 문제점이긴 하지만 그나마 한국축구가 더 추락하지 않기 위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슈틸리케호는 이번에도 또 조 2위로 최악을 면했다.
입만 살아있는 '꼰대형' 주장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한 뒤 맞는 말을 하니 누가 반론할 여지가 없다. 자격있는 기성용이 뿜어내는 '주장의 향기'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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