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산울림의 간판 레퍼토리인 '고도를 기다리며'가 7일부터 5월 7일까지 홍대앞 산울림 소극장에서 다시 관객을 맞는다.
1953년 파리에서 초연된 사무엘 베케트의 이 희곡은 부조리극의 대명사로 불리며 작가에게 노벨문학상(1969)을 안겨주었다. 국내에서는 1969년 연출가 임영웅에 의해 한국일보 소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뒤 꾸준히 리바이벌되고 있다. 한 작품이 이렇게 거의 해마다 한 극장에 오르는 건, 적어도 국내에서는 유례없는 일이다. 오로지 노(老)연출가의 뚝심 덕분이다.
국내에서도 반세기 가까이 공연되어 왔지만 '고도…'는 여전히 많은 관객들에게는 뿌연 안갯속에 있다. 고도(Godot)는 누구인가,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왜 그를 애타게 기다리는가,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나누는 알쏭달쏭한 대화는 도대체 뭔 얘기인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그 누구도 시원스레 답을 내놓지 못한다. 왜? 답이 없다는 게 답이기 때문이다.
'고도…'는 전통적인 스토리텔링에서 벗어난 부조리극이다. '말이 되지 않는다, 이치에 맞지 않는다'란 의미의 부조리(不條理)는 지난 세기 초,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성(城)'에서 시작된 문학적 실험이다.
카프카는 전통 서사를 뒤집는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임으로써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주었다. '성(城)'의 주인공 K는 성에 들어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끝내 입성에 실패한다. K가 누구이고, 왜 들어가려 하고, 왜 실패했는지 딱히 설명도 없다. 뚜렷한 6하 원칙 속에서 용감한 주인공이 천신만고 끝에 목적을 달성하는, 기승전결 구성에 익숙한 관객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사무엘 베케트도 카프카의 맥락을 따른다. '고도…'에서 분명한 것은 오로지 주인공들이 고도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목적 하나 뿐이다. 장소와 시간, 주인공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국적, 나이, 직업 모두 불분명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3일치는 '당연히' 무시된다.
기존 이야기에서 상식으로 간주된 것을 해체해 뒤집음으로써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찾으려는 게 부조리문학의 의도이다. 따라서 '고도…'는 전통적 텍스트를 대하듯 내용을 이해하려고 씨름하면 더 늪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대신 그 시도가 던져주는 해석의 자유를 누리는 게 낫다.
누군가 원작자 베케트에게 "도대체 고도는 누구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베케트의 대답은 이러했다. "나도 모릅니다." 당연한 반응이 아닐 수 없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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