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최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대회에서 태극낭자들이 최상의 결과를 거뒀다.
북한은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 B조 경기를 개최했다. 폐쇄적인 북한이 AFC 주관의 국제대회를 개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월 조추첨 결과 한국과 북한이 평양 남북대결도 결정됐다. AFC와 각종 외신들은 이번 남북전에 대해 '역사적인 경기(historic match)'라며 관심을 보였다.
여자아시안컵 예선을 개최한 북한은 경기장 내에서 만큼은 최대한 AFC의 규정에 따르려 애썼다. 경기가 열리는 동안 태극기도 인공기, AFC 깃발 등과 함께 김일성경기장에 게양됐고, 애국가 역시 평양 한복판에서 연주됐다. '대한민국 선수 명단을 발표하겠습니다' 등 정확한 국가명칭이 경기장내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북한이 10월 열리는 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 예선도 유치하려고 한다. 때문에 대회 진행과 관련한 AFC의 요청에는 협조적"이라고 전했다. 평양에서 열린 이번 여자아시안컵 예선 경기를 위해 AFC직원 1명과 경기감독관들이 현지에 파견됐다.
반면 취재환경은 타 국가에서 개최됐던 AFC 주관 대회와 차이가 컸다. 선발출전명단과 경기 후 기록지는 찾아볼 수 없었고, 북한 측이 취재진에게 전달한 경기 관련 정보는 전무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중계하는 조선중앙통신의 캐스터는 장내 아나운서가 선발선수 명단을 발표하자 그제서야 등번호와 이름을 재빠르게 종이에 적어 중계에 참고하기도 했다. 김일성경기장 내부의 기자실은 13개 좌석이 빽빽히 자리잡은 좁은 공간이었지만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만큼은 빠지지 않았다.
국내취재진들은 평양 입국부터 출국까지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소속의 북한 관계자와 함께 이동했다. 민화협 관계자들은 민감한 내용이 기사에 포함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취재진들이 작성한 기사를 매번 확인했다. 동선도 제한됐다. 남북전 당일에는 경기장 내에서 기자석으로 이동할 때도 한국취재진은 시간에 맞춰 함께 움직여야 했다. 북한 관계자들은 취재진이 평양시민과 접촉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김일성경기장 분위기는 북한여자대표팀의 움직임에 따라 요동쳤다. 남북전 관전을 위해 경기장을 가득 메운 북한 관중은 조직적인 응원전을 펼쳤다. 한국팀에는 적대적이었다. 4만2500명의 북한관중들은 한국이 공격할 때마다 일방적인 야유를 쏟아냈다. 경기 초반 골키퍼 김정미(인천현대제철)가 페널티킥을 선방하는 과정에서 북한 선수와 충돌해 양팀 선수단 간 신경전이 펼쳐졌을 때는 관중석 분위기도 험악해졌다. 반면, 남북전 외 경기에서 분위기는 화기애애 했다. 웃음도 경기장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수비진이 허둥대는 모습 등 별 상황이 아닌데도 관중은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평소 오락거리가 적은 북한관중은 축구장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장면 하나 하나에 관심을 가지며 집중했다. 지난 5일 북한-홍콩전에 이어 열렸던 한국-인도전에는 2500명의 관중들이 자리에 남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다.
북한측은 한국취재진의 경기장 이동시에도 제한된 풍경만 보여주려 했다. 취재진의 버스가 출발하기전에는 북한측 관계자와 운전기사가 이동경로에 대해 한참 동안 이야기를 주고받는 상황이 반복됐다. 여명거리 등 평양의 번화가로만 취재진의 버스가 통과할 수 있었다. 취재진에게 공개된 평양거리는 마치 도시모양으로 꾸민 테마파크 같은 느낌이었다. 북한 주민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거닐었고, 거리에는 쓰레기 한조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상점의 간판 역시 '과일 남새(채소) 상점' '약국' '청량음료점' 등 간단명료했다. 평양시내 곳곳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을 찬양하는 내용과 선전문구가 북한 특유의 통제되고 폐쇄된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북한의 여자아시안컵 예선 경기 유치로 평양의 풍경이 국내취재진에게 일부 공개됐다. 북한은 오는 10월 열리는 AFC U-19 챔피언십 예선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조추첨 결과에 따라 이번에는 U-19 대표팀이 평양에서 경기를 치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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