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도, 나쁜 것도 너무 빨리 온 것 같습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의 말 그대로다. 제주는 시즌 초반 가장 '핫'한 팀이었다. 개막 후 3연승을 달렸다. 특유의 공격축구는 업그레이드됐고, 늘 발목을 잡던 수비는 안정감을 찾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경쟁력을 과시했다. 전북 천하를 종식시킬 수 있는 대항마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그 기세가 한풀 꺾였다. 2연패에 빠졌다. 범위를 넓히면 4경기 무승(2무2패)이다. ACL은 탈락 위기에 놓였고, K리그 클래식은 선두에서 3위로 추락했다.
조 감독이 잘나가던 순간에도 입버릇처럼 얘기하던게 있다. "우리는 냉정히 말하면 우승권으로 가기 위한 길목에 있는 팀이다. 초반 너무 들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한다. 시즌을 치르면서 찾아올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중요하다."
제주는 올 겨울 영입을 가장 잘한 팀으로 꼽힌다. 하지만 사실 뜯어놓고 보면 혼자 힘으로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스타급' 영입은 없다. 이전 소속팀에서 승리 보다는 패배에 익숙한 선수들이 더 많다. 물론 성장 가능성은 풍부하다. 조성환식 축구를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고비를 넘을 힘을 갖고 있느냐' 라고 묻는다면 이는 아직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분위기가 좋을때는 모두가 잘한다. 하지만 좋지 않은 순간, 그때 진짜 민낯이 보이는 법이다.
최근의 부진은 단순히 부상의 문제가 아니다. 제주는 정 운 박진포 권순형 등 핵심자원의 몸상태가 좋지 않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부상자 혹은 징계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중요하다. 제주는 올 시즌 리그, FA컵, ACL 중 하나 이상의 트로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승권 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높지 않아 보이지만, 넘기 힘든 그 고비를 넘어야 한다. 4경기 동안 승리하지 못하는 동안 경기 내용에서는 모두 상대를 압도했다. 하지만 승리는 하지 못했다. 잘하는 것과 이기는 것의 차이는 크다. 이럴때 꾸역꾸역 승리를 쌓는 팀이 진짜 강팀이다.
결국 관건은 '팀'이다. 조 감독이 원하는 그림도 여기에 있다. 제주가 우승까지 가기 위해서는 한걸음 더 '팀'이란 이름 아래 똘똘 뭉쳐야 한다. 나 홀로 의욕이 과하거나, 자신감이 떨어져서는 안된다. '팀' 제주의 힘은 이미 증명이 됐다. 측면을 중심으로 다채롭게 움직이는 제주식 '감귤타카'는 분명 위력이 있다. 다행히 선수들은 아직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다. 2연패를 당하는 과정에서도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만은 잃지 않았다. 조 감독이 취임하는 순간부터 강조했던 이야기였다. 경기장 밖에서는 고참들을 중심으로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조 감독도 나서서 선수들에게 이야기하기 보다는 무언의 '믿음'을 보내고 있다.
제주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첫번째 위기를 어떻게 넘길까. 올 시즌 클래식 우승구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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