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인 이씨(31세/남)는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다. 막연한 미래와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답답하고 화가 나는 상황에도 참고 지나가자는 생각으로 버텼다. 최근 마음속에 감당할 수 없는 분노감이 계속 쌓이고 더 이상 화를 억누를 수 없다고 생각되면서 가족들과의 불화도 생겼다.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우울감에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울화병' 즉, '화병'이 꽤 지속된 상태였다.
과거 우리나라 중년여성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화병이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에서 크게 증가했다.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와 물질만능주의, 빈부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분노 등이 청년 화병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우울증까지 동반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화병(질병코드 U222)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가 2011년 1867명에서 2016년 2859명으로 6년 사이 53%나 증가했다. 특히 20~30대 남성 발병률이 2011년 387명에서 2016년 846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김종우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교수는 "최근 취업과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등을 포기하는 '5포 세대'도 모자라 이제는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는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며 "20~30대 청년들의 화병 증가는 취업난, 빈부격차, 극심한 경쟁문화 등에 따른 현대사회의 청년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환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마음의 갈등을 많이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만성적 스트레스 혹은 일시적인 스트레스이지만 제대로 해소할 길이 없는 경우에 생기는 각종 정신적 증상, 신경증, 신체질환을 통틀어서 화병이라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답답함과 무기력이며,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분노 폭발이 있다.
증상이 반복되면 고질적인 양상을 보이게 된다. 처음에는 답답함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의욕 상실, 무력감을 호소하며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욕설과 폭력, 심한 짜증 등 분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김종우 교수는 "화가 날 때에는 본인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한 후 그 내용을 솔직하고 분명하게 상대방에게 털어놓는 등의 훈련이 중요하다"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본인만의 대안을 가지고 분노상황이 생길 때마다 적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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