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신인왕은 결국 넥센 히어로즈의 집안 싸움일까.
시즌 초반 KBO리그에서 눈에 띄는 신인 선수는 넥센의 외야수 허정협과 이정후다. 두 사람은 넥센의 빽빽한 외야 경쟁을 뚫고 일찍부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외국인 외야수 대니 돈이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고, 고종욱도 감각이 돌아오지 않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하지만 신예들의 등장이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조건도, 매력도 각기 다른 선수들. 현재까지는 신인왕 경쟁자가 서로 뿐이다.
허정협은 '중고 신인'이다. 2015년에 신고선수로 입단해 지난 2시즌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정식 선수로 전환이 됐을 당시부터 장타력 있는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2년간 기회를 잡지 못했다. 1군 출전이 2015년 4경기, 2016년 13경기에 불과했고, 합계 23타수 5안타(0.217) 1타점으로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타격 재능을 제대로 터트리고 있다. 24일 기준 17경기에서 49타수 17안타(0.347)에 홈런을 5개나 쳐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강병식 타격코치와 공을 들여 훈련을 했고, 그 효과가 실전에서 나타나고 있다. 스스로도 "장타력에 자신이 있다"고 할 만큼 '한 방'이 있는 타자로 팀내에서 자리잡고 있다.
이정후는 '순수 신인'이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넥센의 1차지명을 받아 올해 입단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장남으로도 유명한 그는 고졸 신인으로는 이례적으로 개막 엔트리부터 1군에 합류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프로의 맛을 본 이정후는 겨우내 트레이닝 파트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큰 키(185㎝)에 비해 호리호리한 체격(78㎏)인 만큼 힘이 생기도록 몸을 키우는 것이 첫번째 과제였다.
열심히 훈련하며 마지막 겨울 방학을 보낸 이정후는 몇 경기 안돼 1군 주전을 꿰찼고, 20경기에서 78타수 23안타(0.295) 2홈런 9타점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최근 10경기에서는 41타수 12안타(0.293). 개막 초반보다 페이스가 다소 떨어졌지만, 꾸준히 안타를 쳐내는 능력을 갖춘 것만큼은 확실하다. 고졸 신인이 1군 무대에서 점점 살아남기 힘든 리그가 됐지만, 이정후는 좁은 문을 통과했다는 자체로 의미가 있다.
마땅한 신인왕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정후와 허정협의 넥센 집안 싸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인왕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아직도 100경기가 넘는 대장정이 그들 앞을 가로막고 있다. 현재의 페이스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만약 넥센이 올해 신인왕을 배출하면 지난해 신재영에 이어 2년 연속, 또 2012년 신인왕 서건창에 이어 구단 역사상 3번째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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