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못 하면 연고대 못간다'
일반 학생들이야 당연한 일. 체육 특기자 이야기다. 운동만 잘 하면 특채됐던 이전까지 관행이 달라질 전망이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체육특기자에 대한 학력요건 강화를 천명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과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2021학년도부터 체육특기자 선발 때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양교 총장은 "양교는 대학 스포츠의 역할 변화에 따라 체육특기자들이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해 운동선수 이전에 학습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양교의 계획대로라면 학력요건 강화는 현재 중학교 3학년생 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양교는 구체적인 최저학력 기준을 정하지는 않았다.
김 총장은 "세부적인 사항은 결정하기 어려워 양교가 대체로 합의한 것은 첫 출발선을 70% 수준으로 설정하자는 것"이라며 "이 기준을 강화해 아마추어리즘으로 나가고 중·고등학교가 어떻게 따라오는지를 보고 정하는 것이 낫겠다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입학할 때만 공부가 필요한 게 아니다. 재학중인 체육 특기생도 공부를 못하면 아웃이다. 양교는 체육특기자의 학점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지 않으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도록 하고, 학사경고를 3회 이상 받으면 퇴학 조치하는 학칙을 체육특기자에게 일괄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최근 논란 속에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회장 장호성 단국대 총장)가 올해부터 직전 2학기 평균 학점 C 미만인 대학 스포츠 선수들(102명)의 경기 출전에 제동을 걸기로 한 결정과 맥을 같이 한다. 체육특기생 학사관리를 엄격히 했던 연세대 체육특기생 상당수가 이 규정의 유탄을 맞았다. 연세대 축구부는 28명 중 14명이 기준이 미달돼 올해 대학축구 U리그에 불참했다. 농구에서도 주전 센터 김경원이 학점 미달로 대학 리그에 출전하지 못했다. 연세대에 해당자가 유독 많은 이유는 장시호 승마 특기생 논란 이후 학생선수들에 대한 학사관리를 엄격히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학력요건 강화라는 이번 양교의 결의 역시 국정농단 여파의 연장선상에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불공정한 방법으로 대학 체육특기자로 선발된 유사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차원이다.
일단 명분과 방향성에 있어서는 바람직한 결정이다. 하지만 구체적 시행 과정에서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다. 그런 면에서 고려대와 연세대의 이번 결정이 다른 대학교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