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끝. NC 다이노스의 외국인타자 재비어 스크럭스가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의 그림자를 깨끗이 지웠다.
스크럭스는 지난해까지 NC에서 뛰었던 테임즈가 밀워키와 계약하면서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나서자 대체 선수로 영입됐다. 처음에는 부담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NC의 창단 후 첫 외국인타자였던 테임즈는 KBO리그를 평정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2015년 정규 시즌 MVP를 비롯해 골든글러브 2회, 타격왕 1회, 홈런왕 1회, 득점왕 1회 등 각종 상을 모두 휩쓸었다. 생애 한번을 하기도 어렵다는 '사이클링 히트'도 2번이나 해냈다. 역대 최고의 타자 중 한명인 테임즈는 KBO리그에서의 성장을 발판삼아 메이저리그에 다시 입성할 수 있었다.
이런 전임자를 둔 후임자는 그늘 속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스크럭스가 NC 선수단에 처음 합류했을 때도 이 부분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경문 감독도 스크럭스가 받을 스트레스를 우려해 무척 세심하게 신경썼다. 일부러 더 다가가 농담을 건네거나 따뜻한 말 한마디를 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느냐"는 이유였다. 스크럭스가 시범경기 10경기에서 타율 0.219(32타수 7안타) 1홈런 5타점으로 부진했을 때도 "몇 경기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며 인내를 갖고 지켜봤다.
그리고 결과로 결실을 맺었다. 스크럭스 시즌 초반부터 우려를 깨끗이 씻는 활약을 해주고 있다. 26일 kt 위즈전까지 22경기에서 75타수 24안타(0.320) 8홈런 18타점. 홈런 단독 2위, 타점 6위다. 무엇보다 스크럭스의 역할이 빛나는 것은 선구안을 바탕으로 한 출루. 17개의 볼넷을 골라낸 스크럭스는 2위 손아섭(롯데,16개)을 제치고 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출루율 역시 0.458로 전체 6위에 해당한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김태균(한화 이글스) 최형우(KIA 타이거즈) 등 리그 최정상급 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특히 NC가 26일 경기까지 8연승을 질주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연승 기간 동안 스크럭스가 쏘아올린 홈런이 5개, 쓸어담은 타점은 12개다. 나성범과 함께 중심 타선 구축 임무를 맡은 스크럭스는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해내고 있다. NC 타선이 다소 기복은 있어도, 나성범-스크럭스가 지키는 중심 타선과 권희동, 모창민이 버티는 하위 타선의 연결성 만큼은 꾸준하다.
팀내 평가도 좋다. 스크럭스는 초반부터 NC 선수단에 빠르게 녹아드는 모습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지난달 3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즌 개막전이었다. 스크럭스는 경기전 선수단 미팅때 직접 나서서 "나는 아직 KBO리그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니 오늘 승리를 통해 NC 다이노스가 어떤 팀인지 내게 가르쳐달라"는 한 마디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김경문 감독 역시 "스크럭스가 성격이 좋다"며 흐뭇해했다.
스크럭스는 압박과 부담을 떨쳐내고 NC의 새로운 '복덩이'로 자리잡았다. 테임즈를 보내고 스크럭스를 데려온 NC는 두 사람 모두 좋은 활약을 해주면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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