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55)이 두번째 도전 만에 FIFA(국제축구연맹) 집행부에 입성했다.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정몽규 회장은 사촌 형인 정몽준 전 FIFA 부회장(66)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번째로 FIFA 최고 의사결정기구 멤버가 됐다.
정몽규 회장은 8일(한국시각) 중동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서 아시아 몫인 평의회 의원 3명(남자) 중 한명으로 뽑혔다. 정몽규 회장과 함께 입후보한 장지안 중국축구협회 부회장, 마리아노 바라네타 필리핀축구협회장 3명이 모두 당선됐다. 별도의 선거 없이 AFC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로 후보자 3명을 평의회 의원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2019년까지 2년이다. 정몽규 회장은 2015년 FIFA 집행위원 선거에 도전했다가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장과 텡구 압둘라 말레이시아 축구협회장에 밀려 낙선했다. 정 회장은 2년 후 평의회 위원 선거에 재출마할 수 있다.
정몽규 회장의 이번 당선으로 6년 넘게 FIFA 주위를 맴돌았던 한국 축구에 변화 바람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국 축구는 2011년 1월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의 FIFA 부회장 선거 낙마 이후 국제축구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17년 동안 FIFA 부회장직을 유지했던 정몽준 부회장의 부재 속에 상대적으로 일본과 중동의 입김이 세졌다. 한국 축구는 FIFA에서 사실상 발언권을 잃었다.
이후 2015년, 정몽준 부회장은 부패 혐의로 불명예 퇴진한 제프 블래터 FIFA 회장 후임 선거에 출마의사를 밝혔다가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5년 자격 정지 제재를 받았다.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유치과정에서 정몽준 부회장이 FIFA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이익제공'으로 해석했다. 정몽준 협회장은 명예 회복을 위해 지난 4월 FIFA 제재에 대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고려대에서 경영학(학사),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석사)을 전공한 정몽규 회장은 성공한 경영인 출신이다. 현대자동차 회장을 거쳐 현재 현대산업개발 회장이다. 2000년부터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를 맡고 있다. 2011년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시작으로 행정가의 길을 걸었다. 2013년 대한축구협회장에 올랐고, 2015년 AFC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외연을 넓혔다. 또 2016년 리우올림픽에선 한국 선수단 단장을 지냈다. 지난해 7월에는 첫 통합 대한축구협회장에 당선됐다. 또 9월에는 AFC 부회장에 올랐다.
정몽규 회장은 단기간에 아시아 축구에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빼어난 국제 감각과 원활한 대인 관계를 바탕으로 아시아 축구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다. 또 FIFA에서도 정몽규 회장의 영향력을 주목했다.
이번 선거에서 정몽규 회장에겐 행운도 따랐다. 강력한 경쟁 후보였던 쿠웨이트 출신의 셰이크 아마드 알 파히드 알 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이 최근 갑작스럽게 비리 혐의에 휘말리며 후보에서 사퇴했다. 3자리에 3명의 후보가 남았고 무혈입성할 수 있었다. 셰이크 아마드 회장은 FIFA 내 뇌물 수수 혐의를 받으면서 지난달 30일 축구 관련 직책에서 물러나게 됐다. 또 FIFA 평의회 위원 선거도 포기했다.
FIFA 평의회는 FIFA가 최고 의결기구였던 집행위원회를 폐지하고 새로 구성한 내부 기구다. 기존 위원 수를 종전 25명(집행위원)에서 37명으로 늘렸다. 소수에게 집중됐던 힘을 분산시키자는 차원이었다. 그러면서 아시아 지분도 4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평의회 위원의 파워는 여전히 막강하다. 과거 집행위원과 비교하면 월드컵 개최지 투표권을 FIFA 총회에 넘겨준 걸 빼고는 권한과 책임이 크게 줄지 않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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