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이랑 진현이가 한 번 만들어봐.", "민혁아, 이번에는 뭐할거야?"
터치라인에 선 신태용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은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주문을 건넸다. 의미없는 플레이는 없었다. 모든 순간이 패턴화되어 있었다. 사전에 약속된 대로 플레이가 이루어지면 신 감독은 큰소리로 "그렇지", "좋아", "나이스"하고 칭찬을 보냈다. 그 중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세트피스였다. 세트피스는 단기전에서 가장 위력적인 무기 중 하나다. 특히 신태용호는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등 강호와 함께 A조에 속했다. 많지 않은 골기회를 살려야 하는 신태용호 입장에서는 세트피스의 완성도가 더욱 중요하다.
최종 엔트리 21명이 마지막 담금질을 시작한 1일부터 신 감독은 세트피스 훈련에 많은 공을 들였다. 많은 종류의 세트피스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했다. 신 감독은 "모든 팀들이 세밀하게 분석한다. 열개 이상의 세트피스를 준비해 경기 상황에 맞게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8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비공개로 열린 사우디와의 평가전은 그간 갈고 닦은 세트피스를 시험할 수 있는 무대였다.
4-3-3 포메이션을 꺼내든 대표팀은 조영욱(고려대)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 백승호(바르셀로나B)가 스리톱을 이뤘다. 임민혁(서울) 이진현(성균관대) 이승모(포항)가 역삼각형으로 중원을 이뤘고, 윤종규(서울) 이유현(전남) 정태욱(아주대) 이상민(숭실대)이 포백을 만들었다. 골문은 송범근(고려대)이 지켰다. 사우디의 개인기에 초반 고전했지만 신태용호는 빠르게 분위기를 바꿨다. 세트피스가 위력을 발휘했다. 매순간 다채로운 세트피스로 사우디 수비진을 현혹시켰다.
전반 25분 오른쪽 코너에서 이승우가 오른발로 낮고 빠르게 올려주자 백승호가 뛰어들며 슈팅으로 연결했다. 1분 뒤에는 이진현이 골키퍼와 붙여주는 코너킥으로 다시 한 번 기회를 만들었다. 신태용호는 기어코 세트피스로 골을 만들었다. 전반 31분 오른쪽에서 프리킥을 얻자 신 감독은 "태욱이가 벽을 만들고 진현이가 붙여줘"라고 외쳤다. 정태욱이 몸싸움으로 상대 수비가 올라오는 것을 막자 이진현이 날카로운 왼발킥을 올려줬다. 백승호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뛰어들며 헤딩골을 연결했다. 신 감독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신태용호는 후반 들어서도 다양한 패턴을 시험했다. 우찬양(포항) 강지훈(용인대) 이 준(연세대) 이상헌(울산) 등 9명을 골고루 교체하며 기회를 줬다. 순간적인 집중력이 떨어지며 후반 1분만에 실점을 하기도 했지만 만들어놓은 전체 틀에서는 흔들림이 없었다. 전반에는 시도하지 않은 또 다른 형태의 세트피스도 이어졌다. 물론 약점도 노출했다. 순간순간 수비가 불안했던 점은 대회 전까지 고쳐야 할 모습이었다. 신태용호는 후반 15분 임민혁의 멋진 드리블에 이은 두 번째골과 17분 백승호의 패스에 이은 이상헌으로 이어진 커트인 플레이로 3대1 승리를 거뒀다. 승리뿐만 아니라 공들인 세트피스의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평가전이었다.
파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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