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부상 복귀를 앞둔 '베테랑 풀백' 최재수(34·경남)의 마음이 조급하다. 외조모 생각 때문이다. 최재수는 "할머니께선 축구 선수인 저를 각별히 아끼셨다. 몸을 쓰는 일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걱정도 많이 하셨고, 내가 부상을 할 때면 나보다 더 많이 아파하셨다"며 "빨리 복귀해서 손자가 잘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기왕이면 골을 선물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효심이다. 한데 최재수의 목소리엔 미묘한 감정이 녹아있었다. 슬픔이다. "사실 할머니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건강이 많이 안 좋아져서 현대아산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췌장암 말기라고 하더라…."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길면 6개월 정도라고 했다."
최재수는 "항상 할머니께 받기만 했던 손자다. 아직 받은 사랑의 반의 반도 보답 못했다. 그 흔한 사진 한 장이 없다"며 "할머니께 한 번이라도 더 웃음을 드릴 수만 있다면 내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최재수가 다시 웃는다. "슬퍼한다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빨리 잘 회복해서 경기장에서 활약을 펼치는 것 뿐"이라며 "혹시 모른다. 내 모습을 보고 할머니께서 기뻐하시면 병도 이겨내실 수 있지 않을까."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들 최 건의 이야기를 했다. 최재수는 "너무 귀엽다. 어찌나 예쁜지 모르겠다. 아무리 힘들고 아파도 건이를 보면 싹 녹아내린다"며 "생후 17개월인데 말도 제법 한다. 내가 훈련하러 나가면 '아빠 축구하러 간다'라며 상황도 인식하고 애교도 부린다. 벌써 공을 발로 차는 움직임도 한다. 돌잔치 땐 공을 잡더라"라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한참 웃던 최재수는 이내 진지한 목소리로 "이젠 내가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것만 남았다. 곁에 소중한 사람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며 "처음 부상을 했을 땐 마음이 조급했는데 다행히 팀이 무패로 선두 질주를 이어가면서 부담을 덜었다"고 했다.
최재수는 지난 겨울 경남 유니폼을 입었지만 3월 5일 안산전에 출전한 뒤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그가 없는 동안에 경남은 압도적 행보를 이어갔다. 챌린지 11경기 무패(8승3무)다. 승점 27점으로 리그 단독 선두다. 2위 부산(승점 23)과 4점 차이. 최재수는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지금까지 축구를 하면서 이렇게 선후배 간 사이가 좋은 팀은 못 봤다"며 "모두가 가족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즐겁게 훈련하고 경기를 하고 있다. 이게 경남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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