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도 투표로 주권을 찾았으니, 우리도 주 권을 찾아야지."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하루 뒤인 10일. 광주 원정에 와있던 kt는 투수 정대현을 엔트리에서 말소시키고 주 권을 콜업했다. 그러면서 11일 KIA전 선발로 예고했다. 김 감독은 "선거 참여로 국민들이 주권을 찾는 것인데, 우리도 빨리 주 권을 찾아야 한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주 권은 시즌 개막 전 토종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투수. 지난해 한 시즌 선발 수업을 받으며 더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3월23일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에서 4이닝 15실점한 아픈 기억을 시작으로, 개막 후에도 3연패를 하고 말았다. 선발 자리에서 내려온 뒤 불펜으로도 2경기를 던졌지만, 경기 속에서 자신의 구위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지난달 24일 1군 엔트리에서 빠지게 됐다. 김 감독은 당시 주 권에 대해 "2군에서 잘 추스르고 오면 분명 좋아질 투수"라고 했었다.
그리고 기대 반, 걱정 반 속에 주 권이 마운드에 올랐다. 하필이면 상대가 강타선의 힘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KIA. 그러나 주 권은 1회부터 씩씩했다. 로저 버나디나-이명기-나지완을 모두 범타처리한 후 안정감있는 투구를 이어갔다. 직구 최고구속은 144km, 평균은 141km에 그쳤다. 2군에 가기 전에도 구속은 이정도가 나왔다. 하지만 구위가 달랐다. 그 때는 공이 힘없이 날아들어왔다면, 이날은 잘 찍혀 낮게 제구가 됐다. 같은 구속이지만 힘이 느껴졌다. KIA 타자들이 방망이에 공을 맞혀도 뻗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구가 힘있고 낮게 컨트롤 되자, 변화구도 살았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포크볼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 던지니 KIA 타자들이 제대로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5이닝 동안 63개의 공을 던졌다. 안타는 단 2개를 허용했고 볼넷 1개, 탈삼진은 2개였다. 실점이 1점 있었는데 4회 선두 나지완에게 2루타를 맞고 폭투까지 나와 후속타자 땅볼 때 1점을 줘야했다. 옥에티였지만 전반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피칭을 했다. 그 사이 타선이 3회 4점을 뽑아줬다.
그런데 6회를 앞두고 심재민과 교체됐다. KIA 타자들이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른 교체였다. 여기에는 덕아웃의 배려가 있었다. 주 권이 25일 만에 선발로 나온만큼, 경기 전 이닝은 5이닝 정도에 투구수는 60~70개 정도로 맞춰주기로 정했다. 감독과 투수코치 입장에서는 너무 잘 던지고 있었기에 더 끌어가고픈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지만, 그 욕심을 참아내고 선수의 미래를 생각했다. 9회 마무리 김재윤이 흔들렸지만, 다행히 역전까지는 허용하지 않아 귀중한 시즌 첫 승을 챙길 수 있었다. 그렇게 kt와 김진욱 감독은 찾고싶던 주 권을 되찾았다.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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