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이 속도에 맞춰서 나를 따라와."
신태용호에 '나'는 없다. '우리' 그리고 '함께'만 있다. 그게 바로 '원팀'이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11월 20세 이하(U-20) 대표팀 사령탑에 앉았다. 월드컵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단 6개월. 촉박했다. 선수 파악도 되지 않았던 상황. 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하나'부터 시작했다. 일단 선수를 파악해야 하고 친해져야 했다. 전략, 전술은 그 다음 문제였다.
쉬운 일이 아니다. 세대 차이가 크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아버지 뻘'이다. 실제 신 감독의 아들 신재원은 이번 대표팀 선수들과 같은 연령대다. 그리고 뿌리 깊은 권위주의도 문제다. 강한 위계질서 속에 축구를 해온 선수들에게 감독은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다.
벽을 허물었다. 선수들이 신 감독과 함께 웃는다. 감독이 바로 옆에 있어도 장난을 치고 논다. 신 감독은 그런 선수들을 미소로 바라본다.
기니와의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3대0 대승 다음날인 21일 풍경. 역시 웃음꽃이 폈다. 여기저기 폭소가 끊이지 않았다. 중심에 신 감독이 서있었다. 선수들은 스스럼없이 감독에게 이야기 했다.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아서 이야기를 건내는 선수도 많았다.
그래도 훈련은 훈련. 할 건 해야 했다. 신 감독이 선수들에게 런닝을 지시했다. 그런데 런닝 대열 맨 앞에 신 감독이 섰다. 그리고 말했다. "이 속도에 맞춰서 따라와." 그렇게 신 감독은 30여분을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뛰는 도중에도 선수들과 웃으며 농담도 했다.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고 호흡하는 감독. 그리 많지 않다. 신태용호의 막내 조영욱은 "감독님께서 선수들과 함께 뛰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감독님들이 많지 않은데 신 감독님은 언제나 선수들 앞에 서서 호흡과 속도를 조절해주신다"고 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우리와 함께 뛰면서 숨도 함께 몰아 쉬고 땀도 흘리니 심적으로 더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진다"며 "뭔가 의지도 많이 되고 믿음도 생긴다. 우리를 위해 감독님께서 많이 노력해주시는 걸 알기에 선수들도 이 악물고 한다"고 말했다.
신 감독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다. '애주가'인 신 감독은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 대회 개막 전 소집기간부터 술 잔을 들지 않았다.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 감독의 노력에 선수들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은밀한 이야기'도 나눌 정도다. 여자 친구 이야기도 터놓고 한다. 해프닝도 있었다. 신 감독이 왼쪽 풀백 우찬양에게 "여자 친구 만난지 얼마나 됐나"라고 묻자 우찬양은 "23일"이라고 답했다. 월드컵을 한창 준비할 시기에 연애를 시작한 셈. 신 감독이 웃으며 소리쳤다. "야 우찬양 너 일루와!" 다른 선수들은 배꼽을 잡고 쓰러졌다. 신 감독이 6개월 간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낸 원팀의 모습이다.
전주=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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