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세계 게임사에 큰 의의를 가진 게임이 출시됐다. 8비트 컴퓨터 애플II로 로드러너(Lode Runner)가 출시된 것이다.
스테이지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금괴를 습득하면서 진행되는 이 게임은 점프 액션 대신 주인공의 좌우 땅을 파서 상대를 잠시 빠트리는 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 특징. 대신 자신이 판 함정에 자신이 빠질 수 있어 신중한 게임 운영이 필요하다.
로드러너는 액션게임의 태동기에 등장해 여러 게임에 영감을 주었고 다양한 플랫폼으로 이식되었다. MSX, 패밀리 컴퓨터 시스템, 세가마크3 등 당대 큰 인기를 얻은 플랫폼에는 반드시 로드러너가 이식됐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리고 2017년, 3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 스마트폰으로 로드러너가 이식됐다. 넥슨이 출시한 로드러너 원은 로드러너와 이를 개발한 더글러스 스미스(Douglas Smith)에 대한 존경심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시간이 흐른 만큼 현재 유저들의 입맛에 맞게 게임 시스템에 약간의 변화가 이뤄진 것을 제외하면 원작에 대한 존경심이 곳곳에 드러난다. 캐릭터 디자인에서 SF 향취가 나는 것은 MSX나 패밀리 컴퓨터 시스템 버전이 아닌 애플II로 출시된 원작이 이 게임의 근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로드러너 원작은 이식 버전들이 강조한 아기자기함보다 파란색, 흰색을 주요 색상으로 채택해 좀 더 삭막한 느낌을 살렸다.
난이도가 원작에 비해 쉬워졌다는 것도 생각 여하에 따라서는 원작에 대한 오마쥬로 받아들일 수 있다. 땅을 파는 것에 제약이 많았던 원작에 비해 로드러너 원은 다양한 상황에서도 땅을 파헤칠 수 있도록 해, 게임의 속도감과 액션성을 살렸다. 더욱 많은 이들이 이 게임을 즐기도록 해 간접적으로나마 원작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게임을 무료로 출시했다는 점은 넥슨 측이 이 게임을 어떤 의도로 개발하고 출시했는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로드러너 원은 게임 내에 넥슨 광고가 노출되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과금체계가 전혀 없다. 이는 로드러너 원이라는 작품의 공을 원작에 오롯이 넘긴다는 의미를 지닌다.
수익을 완전히 배제하고, 요즘 게이머들에게 '고전게임'의 향취를 전달하는 시도를 했으며,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는 장르를 선보이며 시장 다양성을 이끌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또한 이러한 사례를 통해 부분유료화 게임이 아닌 '풀패키지' 형태 모바일게임의 존재감을 알렸다는 점도 의미 있는 부분이다.
로드러너 원은 넥슨에게 항상 따라붙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는 효과와 최근 몇년간 '다양한 시도'를 보인 넥슨이 또 다른 시도를 이끄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시장 다양성 확보와 원작에 대한 오마쥬. 다운로드 기록과 매출순위로는 나타낼 수 없는 로드러너 원만의 진정한 가치가 여기에 있다.
게임인사이트 김한준 기자 endoflife81@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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