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정말 기특합니다. 저처럼 특이한 해외진출 사례네요."
싸이는 지난 10일 정규 8집 기자간담회에서 방탄소년단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나도 독특한 해외진출 사례인데, 방탄소년단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의도하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치도 못한 성과를 내는 것 같다"면서 "이미 글로벌 스타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으니 앞으로 부담갖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당부의 말을 건넸다.
5년 전 전세계를 휩쓴 싸이의 대기록을 방탄소년단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빌보드어워드에서 '톱 스트리밍 비디오' 부문을 수상한 싸이에 이은 두 번째 쾌거다. 방탄소년단은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에서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팝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두 팀의 성공은 애초에 해외진출 조차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아시아 가수의 시장 확대 차원도 아니었고, 현지화된 맞춤형 전략으로 인한 본격적인 활동도 펼친 적이 없었던 독특한 해외성공 사례다. 또 유튜브와 트위터 등 SNS시대에 맞춘 뉴미디어 콘텐츠가 배경이 된 것은 분명하다.
싸이 신드롬의 일등 공신은 단연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서비스. 싸이는 뮤직비디오를 통한 바이럴 프로모션과 특유의 유머코드, 한국어로 된 노랫말의 재미 등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잘 만든 뮤직비디오 한 편이 서서히 입소문을 타더니, 미국 유명 토크쇼까지 진출했고 결국 마돈나도 두 손을 포개고 말춤을 췄다.
단 4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중독적인 댄스곡에 언어의 장벽을 허문 '유머코드'가 장착되자 뮤직비디오는 날개를 달았고, 전 세계는 '싸이스타일'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바이럴 마케팅에 의한 입소문은 무서울 정도로 퍼져나갔다. 싸이를 통해 포문을 연 뉴미디어 시대의 케이팝 진출 방식이었다. 유튜브 플랫폼의 막강한 영향력이 증명된 사례다.
싸이가 춤과 노래만으로 완성된 바이럴 마케팅 신드롬이라면, 방탄소년단은 SNS를 기반으로 한 소통과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막강한 팬덤 화력이 더해진 결과다. 방탄소년단이 수상한 '톱 소셜 미디어 아티스트' 부문은 SNS를 기반으로 글로벌 인기를 수치화해 순위를 선정했다. '윙스' 앨범 활동 당시인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빌보드 '소셜50' 차트에서 총 19회 정상을 차지했던 방탄소년단은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 고른 인기를 증명했다. 아티스트 100 차트에는 8위까지 순위가 치았다. 무엇보다 전세계 여성팬이 가장 많다는 저스틴 비버를 제친 것만 봐도 큰 성과다.
이미 싸이 신드롬을 통해 확인된 뉴미디어에 대한 파급력이 5년 후에 방탄소년단으로 다시 입증된 셈. 많은 가수들이 해외에 머물며 빌보드의 벽을 두드렸지만, 방탄소년단은 단 한 번의 현지 프로모션 없이 강제로 해외에 소환됐다. 싸이의 성공사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음악과 뮤직비디오 등 콘텐츠 기획력에 있다.
전세계 젊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는 전 세계 팬덤이 방탄소년단에 열광한 이유다. 젊은이들의 성장과 청춘에 대한 주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였다. 시리즈 앨범을 연결시켜 곳곳에 팬들이 해석할 수 있는 장치를 준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즉 트렌디한 음악과 더불어, 데뷔 때부터의 SNS소통, 음악과 뮤직비디오 등 콘텐츠에 대한 공감이 일군 결과였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콘텐츠가 전달하는 직관적인 의미, 즉 스토리텔링의 힘은 주효했다. 이를 바탕으로 '케이팝이 하나의 전문장르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은 방탄소년단 프로듀서 방시혁의 케이팝 철학이기도 하다. 그는 "영어로 된 노래를 발표하는 방식의 미국시장 진출보다는 케이팝의 근본 원칙을 지키되 전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을 늘려 케이팝의 한계를 넘어서는 방식만이 메인스트림 진출을 가져올 수 있다"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시장을 두드린 기존 케이팝 가수들과 접근법 자체가 달랐던 방탄소년단이 싸이에 이어 케이팝의 대표 성공사례가 됐다. 분명한 것은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서 케이팝의 가능성은 더욱 크게 열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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