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잉글랜드와의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을 앞둔 신태용호의 속내였다.
신태용 감독도 여러 패를 쥐고 있었다. 행복한 고민이었다. 여유가 있었다. 2승을 챙기며 일찌감치 16강 티켓을 주머니에 넣은 상황이었다.
대회를 통해 드러난 잉글랜드의 경기력도 크게 위협적이진 않았다. 반대로 신태용호는 기대 이상이었다. 역대 전적도 좋았다. 2승1무 무패였다.
정말 해볼만 했다. 그 땐 모든 게 '그래 보였다.' 그래서 신 감독도 결정을 내렸다. 그간 써보지 않았던 3-5-2 포메이션을 꺼냈다. 이승우 백승호는 선발에서 제외했다. 교체 명단에 포함시켰다.
결과는 0대1 패배. 그간 숨어있던 비판론도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마냥 몰아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한 시점에 100%를 쏟는 건 과부하와 직결될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다가올 토너먼트다. 신 감독이 아니라 그 어떤 지도자였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게 바로 '해볼만 하다'의 딜레마다. 승리와 '운영의 묘' 사이의 미묘한 외줄타기다.
언론도, 여론도 한 목소리였다. "잉글랜드는 실질적 유럽 최약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그 결과가 0대1 패배다. 다행히 조별리그였다. 대세엔 지장 없었다. 이제는 다르다. 본격적인 외나무 다리 승부다. 한 번 미끄러지면 끝이다.
한국은 포르투갈을 만난다. 포르투갈은 C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잠비아, 코스타리카, 이란과 한 조였던 포르투갈의 조별리그 성적은 1승1무1패. 턱걸이다. 잠비아에 1대2로 졌고, 코스타리카와 1대1로 비겼다. 27일 이란에 2대1 역전승을 거두며 겨우 올라왔다. 기대 이하의 경기력이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4골-4실점을 기록했다.
특출난 선수도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에이스의 상징인 '7번 계보'를 잇고 있는 디오구 곤살베스(벤피카B) 정도가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루이스 나니, 크리스타이노 호날두 등 선배들에 비하면 무게감이 현저히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잉글랜드전을 앞둔 시점과 비슷한 기류가 감지된다. '해볼만 하다.' 경계해야 한다. 물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주눅 들어서도 안된다. 하지만 되새길 점이 있다. 우리는 언제나 '도전자'였다는 사실이다.
복수의 축구 관계자는 "강팀들은 조별리그가 아닌 토너먼트 일정에 맞춰 컨디션 조절을 한다. 그래서 조별리그에서 다소 기존 강팀들이 고전을 했던 것 같다"고 짚었다. 신 감독도, 선수들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모두 이를 악물고 있다. 그럼에도 '해볼만 하다'는 버려야 한다. 자신감의 가면을 쓴 달콤한 유혹이다. 다른 경우의 수는 없다. 이제부터 신태용호는 '해야만 한다.'
신태용호는 3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포르투갈과 격돌한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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