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이었다.
3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 우루과이의 우세가 점쳐졌다. 체급이 달랐다. 전통의 깊이도 다르다. 승부의 무게추는 우루과이에 쏠려있었다.
우루과이엔 다수의 세계적 유망주들이 포진했다. 레알 마드리드 소속의 페데리코 발베르데를 비롯, 호드리고 벤탄쿠르(유벤투스), 산티아고 부에노(바르셀로나B), 니콜라스 스키아파카세(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보유했다. 이에 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초라한 수준. 자국 명문 알 힐랄, 알 나스르, 알 아흘리 소속의 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지만 우루과이에 비할 바 아니었다. 30일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탈락하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아시아 팀 사우디아라비아. 별 존재감 없이 짐을 꾸릴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붙어보니 달랐다. 인상적이었다. 우루과이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물론 주도권은 우루과이가 쥐었다. 그러나 위협적인 찬스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많았다. 우루과이는 무리한 슈팅이 많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습은 예리했다. 개인 기술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조별리그 무실점에 빛나는 '최강 방패' 우루과이 수비를 상대로 유려한 개인기를 선보였다. 우루과이는 전반에만 11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이 중 골문을 향한 것은 단 1개에 불과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0개의 슈팅을 때렸다. 3개가 유효슈팅이었다. 우루과이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사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의 맹주였다. 적수가 없었다. 1980~1990년대 아시아 무대를 호령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퇴보했다. 2010년, 2014년 월드컵에 초대받지 못했다. 아시안컵에서도 그렇다. 1996년 우승이 마지막 영광이다. 이후 조별리그 문턱도 넘기 버거웠다.
그래서 이번 우루과이전 분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의미가 크다.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꿈꿀 수 있다. 과거 사우디아라비아 선배들은 개인기에만 치중했다. 조직력이 떨어졌다. 몸싸움도 강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제 무대 경쟁력이 부족했다.
이제는 다르다. 세계 기준에 맞는 축구를 한다. 선배들의 기술은 그대로 유지했다. 여기에 조직력을 더했다. 매너도 갖췄다. 사우디아라비아하면 떠오르는 게 비매너였다. 일명 '침대축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대회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도 많지 않았다. 이날도 오히려 우루과이가 거칠었다. 거친 파울이 많았다. 그럼에도 사우디아라비아는 동요되지 않았다. 자신들의 플레이를 이어갔다.
결과는 아쉬웠다. 0대1로 졌다. 후반 3분 핸드볼 파울을 범하며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비록 패했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잘 싸웠고 그만큼의 희망을 봤다.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협회는 이번 U-20 멤버들을 주축으로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할 계획이다. 부활하는 사우디 축구, 과연 3년 뒤에는 또 어떤 모습일까.
수원=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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