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번듯한 양복 차림의 30대 남성이 병색이 완연한 혈색으로 병원을 찾아와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마케팅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이 남성은 하루에도 몇 번씩 미팅을 가지는데, 미팅 때마다 반복되는 복통과 화장실을 가고 싶은 고통으로 불안하다는 것이다.
또한, 부서 특성상 야근도 잦은데다 하도 화장실을 다녀 항문 주변이 헐어 앉아 있는 것도 불편하고 일에 집중하는 것도 어렵다고 했다. 진단 결과 환자는 '염증성 장 질환'의 하나인 '궤양성 대장염'을 앓고 있었다.
염증성 장 질환은 장 내 비정상적인 염증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질환으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크론병은 소화기관 여기저기에 산발적으로 염증이 발생하고 소장과 항문부위를 잘 침범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직장에서부터 대장 안쪽으로 염증이 이어지면서 장의 궤양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아직까지 염증성 장 질환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유전적, 면역학적 이상 및 스트레스 등의 환경적 요인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의 주요 증상은 염증이 발병하는 위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복통'과 '설사' 등이다.
증상이 심해질수록 장의 흡수 능력이 저하되어 영양결핍과 체중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은 완치보다는 증상의 조절과 합병증 예방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두게 된다.
최근에는 20~30대의 젊은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데, 평생 치료가 필요한 질환의 특성상 장기간에 걸친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기 않고 꾸준히 치료받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상이 약해지면 병이 다 나았다고 생각해 치료를 자의적으로 중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재발과 빈혈, 장 천공, 장 폐색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은 최근 체내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생물학제제 등의 치료제 발달로 그 치료율이 큰 폭으로 높아졌다. 생물학제제는 환자의 생활패턴에 따라 전문의와 상의 후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궤양성 대장염 남성 환자의 경우 업무 특성상 병원을 자주 내원하는 것이 어려워 한 달에 한번 씩 투여하는 치료제를 선택해 염증을 관리 중이다.
필자가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평생 관리가 필요한 염증성 장 질환의 특성상 이상이 있을 때마다 '소통'하고자 하는 갈망이 컸다.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의사와 환자 간 소통이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필자 역시 편안한 소통방법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은 편안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의사들의 처방을 더 잘 따르고 효과적인 치료결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 입장에서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환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전문의로서 환자들이 거짓 정보에 휘둘리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와 상담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SNS를 통해 24시간 환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채널을 구축했고 3년째 운영 중이다. 실제로 SNS를 통한 연중 상시 상담은 필자가 주로 만나는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 환자의 경우 특히 더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성 장 질환은 원인도 모르고 완치도 어렵지만 담당 의사를 믿고 치료뿐 아니라 작은 생활 습관까지 함께 관리한다면 충분히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염증성 장 질환 환자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무분별한 정보를 믿는 대신 의료진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현명하게 질환을 관리해 나가길 바란다.
진료실을 찾는 모든 염증성 장 질환 환자들에게 "질환이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는 말을 건네고, 나아가 "완치 되셨습니다"라고 축하해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김태오 해운대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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