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튈 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경기였다. 갖가지 기록이 쏟아져 나오는 치열한 혈투 끝에, 웃은 팀은 LG 트윈스였다.
LG는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16대8로 승리, 3연전 2승1패 위닝시리즈를 확정지었다. 지옥과 천당을 오간, 우여곡절 끝에 거둔 승리였다.
1회 선발 임찬규의 헤드샷 악몽
1회초 무사 1, 3루 찬스를 날린 LG. 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리고 1회말 대형사고가 터졌다.
선발 임찬규가 흔들리며 2실점 했다. 그래도 선발 투수이기에 어떻게든 위기를 막고 이닝을 끌어줘야 했다. 0-2 2사 1, 2루 상황서 이범호를 상대로 헤드샷을 하고 말았다. 이범호 머리쪽으로 간 직구가 헬멧 뒤를 스쳐지나갔다. 자동 퇴장. 임찬규 사례까지 프로야구에서 38번의 헤드샷 자동퇴장이 있었는데, 선발투수가 1회 퇴장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LG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 발생에 다급해졌다. 급하게 불펜 투수들이 몸을 풀게했다. 최동환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제대로 몸을 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결국 서동욱에게 만루홈런, 김민식에게 백투백 솔로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1회에만 7점을 내준 LG, 사실상 시합을 포기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더 진귀한 인사이드 더 파크 백투백 홈런이 LG 살렸다
잘던지던 KIA 선발 박진태가 3회 흔들렸다. 2사 1, 2루 위기. 여기서 상대 4번 양석환을 넘지 못했다. 양석환의 스리런 홈런이 터지며 또다시 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리고 결국 6회 더 큰 일이 터졌다. 1사 후 박진태가 이형종에게 안타를 맞고 정성훈에게 볼 2개를 내주자 KIA 벤치는 급히 손영민으로 교체했다. 신인 투수가 데뷔 첫 승 기회를 앞두고 긴장하거나 힘이 들어갈 수 있기에 이 선택은 당연했다. 그러나 LG에 운이 따랐다. 1사 1, 2루 상황서 강승호가 땅볼을 쳤는데 손영민이 잡지 못했다. 높이 튄 공이 글러브를 스치고 굴절됐다. 가까스로 모든 주자가 살아 만루. 여기서 힘이 빠진 손영민은 유강남에게 동점 만루홈런을 내주고 말았다. 기세를 탄 LG는 9번 손주인이 중견수 키를 넘기는 장타를 친 뒤 상대 수비가 허둥댈 때 홈까지 파고들어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흔하지 않은 역전 결승 홈런이었다. 그동안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 백투백 홈런에 포함된 사례는 총 2번 있었다. 88년 롯데 자이언츠 김용철이 해태 타이거즈전에서 처음 기록했고, 2000년 한화 이글스 송지만이 SK 와이번스전에서 두 번째 주인공이 됐다.
LG는 이천웅의 3루타로 6회 1점을 더 보탰고, 기세를 이어 7회 강승호-손주인-채은성의 연속 적시타로 4점을 더해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LG보다 더 큰 악몽 꾼 KIA
1회를 지켜보던 LG 양상문 감독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박진태와 임찬규의 선발 맞대결. 박진태는 이번이 두 번째 선발등판인 신인이기에, 무게감은 임찬규쪽이 더 있었다. 이런 경기에서 답답하고, 예상도 못했던 상황이 발생하며 7점이나 밀리게 됐으니 죽을맛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역전됐다. 다잡을 수 있을 것 같았던 KIA 김기태 감독에게는 더 큰 악몽이 된 경기였다. 어쩔 수 없었다. KIA는 이날 경기 가장 믿을 만한 불펜인 한승혁과 김윤동을 쉬게 해줘야 했다. 연투에 무리시키지 않겠다고 경기 전 선언했다. 이런 상황을 인지했기에, LG쪽에서도 7점을 먼저 줬지만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려 노력했을 것이다. 두 사람을 제외한 KIA 불펜을 상대로 충분히 경기 중후반 점수를 뽑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 6회 상황서 구위가 좋은 한승혁이 나와 위기를 막았다면 경기 흐름은 분명 KIA쪽으로 흘렀다.
이렇게 큰 점수가 오가는 경기는 끝까지 피를 말리는 경우가 많다. KIA도 따라갈 찬스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KIA와 비교해 LG 불펜이 이날 더 좋았다. 특히, 신정락의 마구 슬러브가 기가 막혔다. 7회말 김선빈에게 솔로포를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가긴 했지만, 5회부터 나와 삼진 4개를 곁들이며 2이닝을 압도적으로 막아준 게 승리의 숨은 요인이었다. 김선빈의 홈런으로 8-13이 된 7회 1사 1, 3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김지용의 호투도 돋보였다.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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