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공격수 이종호(25)는 활기찬 선수다.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환한 얼굴에서 익살스런 유머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하지만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종호의 얼굴엔 웃음기가 없었다. 김도훈 감독의 신임 속에 K리그 클래식,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울산의 원톱 역할을 맡았지만 좀처럼 골맛을 보지 못했다. 상대의 집중견제로 무뎌진 발에 좀처럼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경쟁자에 밀려 벤치 신세를 지는 일도 잦아졌다. 활기 속에 감춘 승부욕에 적잖은 상처를 입을 만한 시간이었다.
1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펼쳐진 155번째 동해안더비. 이종호가 다시 웃었다. 후반 6분 오르샤가 포항 진영 아크 왼쪽에서 간결하게 올려준 크로스가 수비에 가담한 포항 이상기의 몸에 맡고 굴절된 사이 경합을 펼쳤으나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하지만 곧 다시 일어나 볼을 덮치려는 골키퍼 강현무의 왼쪽 옆구리 사이로 오른발을 갖다대면서 기어이 골을 만들어냈다. 붉게 상기된 얼굴로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를 향해 달려간 이종호는 양 손가락을 치켜세워 오므리는 '발톱 세리머니'를 펼치며 포효했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날려버린 한방이었다. 1-1 동점이던 후반 추가시간 기록한 결승 도움은 더 극적이었다. 높게 올라온 볼을 수비수 배슬기와 경합 끝에 헤딩으로 떨궜다. 멀리서 골문을 초조하게 바라보던 이종호는 김승준이 오른발골로 마무리를 짓자 양 팔을 치켜들고 또 다시 환호했다. 경기장을 메운 포항 팬들의 침묵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이종호는 "6월 A매치 휴식기 동안 감독님, 동료들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강도높은 훈련을 통해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초반 팀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 상황에서 클래식, ACL 일정을 병행해야 했다. 여러가지로 어려웠다"며 "본래 포지션인 중앙 뿐 아니라 측면에서도 뛰면서 다른 것들을 보게 됐고 동료들에 대한 믿음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울산에서 우승컵을 들어보고 싶다. 이를 통해 태극마크도 다시 달아보고 싶다"는 꿈을 드러냈다.
이종호가 기록한 1골-1도움의 원맨쇼로 울산은 155번째 동해안더비에서 라이벌 포항을 2대1로 울리며 승리를 챙겼다. 시즌 첫 맞대결이었던 개막전에 이은 기분좋은 동해안 더비 연승이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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