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서른 한 번째 주인공은 전통이 가지는 의미를 고스란히 일상으로 가져오는 즐거움을 담은 브랜드, 호호당(好好堂)의 양정은 대표입니다.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이한나 기자] '좋은 일만 있으라고…', 호호당
'옛것을 익히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 네 글자에 담긴 정신은 전통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논어 속 공자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21세기, 국경을 넘나들며 소통하고 있는 글로벌 시대에 우리 고유의 색채와 매력을 소중히 여기는 것, 그리고 나라의 전통과 역사를 사랑하고 지켜나가는 것은 오히려 국상을 높이는 일이 되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 그 가치는 더 높게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와는 별개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전통을 마주치기란 쉽지 않다. 세태가 그렇다 보니 항상 새로운 것을 좇게 되고, 오래된 것을 들여다보고 그 세월의 나이테를 닦으며 윤을 내는 소중함을 떠올리기는 어려워졌다. 일상 속에서의 '전통'은 '쉽게 잊혀지는 것', '익숙하지 않아 어려운 것', 또는 '제대로 지켜나가기 힘든 것'으로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런 현실의 안타까움 속에서 전통을 일상 속으로 들여오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호호당(好好堂)의 양정은 대표이다. '좋은 일만 있으라고' 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호호당. 그녀의 손 끝에서 이어지는 전통의 아름다움을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자.
- 호호당, 어떤 브랜드 인가요?
▶ 호호당은 보자기, 포장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더 정확하게 말을 하면 한국에서 지켜져 오고 있는 좋은 일들 있잖아요. 명절, 잔치, 결혼이나 아이가 태어났을 때 등 그럴 때 생각나는 좋은 선물들을 준비해서 판매하는 브랜드예요. 그 중에 대표적인 제품이 보자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보자기 자체를 만들어서 판매하기도 하지만 호호당이라는 이름 아래 판매되는 여러가지 아이템들이 있어요. 그 모든 것들이 포장까지 완벽한 선물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제품에는 보자기 포장이 포함되어 있지요.
또 다양한 브랜드와도 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국내에서 한국적인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도 있고요. 외국 브랜드이지만 한국에서 판매를 하면서 한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더 한국적인 색채로 다가가기 위해 호호당의 보자기를 포장재로 선택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한국의 전통과는 상관없는 제품군이더라도 호호당의 보자기로 포장하기 위해 제작을 의뢰하는거죠. 그런 경우에는 별도로 전통 포장법 교육도 해드리고 있어요.
- 어떤 브랜드들과 협업하고 있나요?
▶ 정말 다양해요. 루이 비통, 발렉스트라나 보테가 베네타, 에르메네질도 제냐 등의 헤리티지 있는 국외 브랜드와 함께 진행한 컬래버레이션의 경우에는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답례품, 선물 포장에 호호당이 함께 했고요.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뷰티 브랜드, 설화수의 경우 꾸준히 호호당과 함께 협업하고 있어요. 설화수와는 처음 도산공원의 플래그쉽 스토어를 론칭할 때 함께 한 것이 인연이 되었어요. 벌써 2년째 함께 하고 있네요. 설화수에서는 플래그쉽 스토어, 면세점, 그리고 해외 매장까지 보자기 포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스페셜한 포장으로 함께 했다가 이제는 보자기가 거의 브랜드의 메인 포장재가 됐어요. 고객들의 반응이 정말 좋다고 하더라고요. 설화수라는 브랜드 자체가 전통을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플래그쉽 스토어를 찾는 외국인들이나 외국인을 위한 선물을 찾는 한국인들이 주로 구매한대요. 즐겁게 작업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매 시즌 마다 새로운 포장재를 의뢰하세요. 그리고 두 달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 마다 새롭게 포장재를 업데이트 하죠. 호호당에서는 어떤 제품을 포장하느냐에 따라 어울리는 보자기를 만들고 그 제품 패키지와 이 보자기에 가장 어울리는 포장법을 다시 제안을 드려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호호당의 포장법도 계속 나날이 업데이트 되고 있어요. (웃음)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에는 SUM 마켓에 호호당이 함께 들어가 있어요. 또 동방신기 팬분들을 위한 놋수저 제작도 같이 했고요. 1년 전 일본에도 SM엔터테인먼트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SMT가 오픈됐는데 거기에도 호호당 놋수저가 함께 들어갔어요. 아예 협업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놋수저에 SUM X 호호당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죠. - 호호당 이름이 독특한 것 같아요.
▶ 호호당이라는 이름은 어머니가 지어주셨어요. 호호당을 하기 전에는 식당을 했었는데요. 정미소(井米所, 맑은 물 길어 밥 짓는 곳)라고. 그 식당 이름도 어머니가 지어주셨었죠. 정미소는 식당을 위해서 지어주신 이름이었지만 호호당이라는 이름은 저 결혼할 때 신혼집, 그러니까 저희 가정에 붙여주신 이름이었어요. 그래서 '항상 웃음이 가득한, 좋은 일만 가득한 집'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로요.
어머니랑 항상 얘기 했었거든요. 일상 속에서 잊혀져 가는 전통에 대한 안타까움이요. 그래서 언젠간 이런 '전통을 지켜가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또 '할 수 있을 거다'라고 얘기해주셨던 것들을 지켜나가고 싶어서 호호당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어요.
어머니가 저희 집에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는 마음으로 지어주셨던 것처럼 저도 호호당을 통해서 모든 분들에게 그런 마음이 닿기를 바라면서 포장도 정성껏하고요. 제품도 오래오래 가지고 있어도 질리거나 구매 자체를 후회하지 않을 제품으로만 엄선을 하고 있어요.
- 호호당 론칭 전에 식당을 하신 이력이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 한상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한식당을 했었어요. 식당을 하게 되기까지는 어려보고 자란 것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생각해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렇게 된 것 같아요(웃음). 할머니 때부터 특수 의상 사업을 크게 하셨어요. 그래서 항상 요리를 할 때도 많이 하셔서 나누어주셨었고, 선물도 자주 주고 받으셨어요. 떡 같은 전통음식을 우리는 보통은 사먹잖아요. 요즘도 그렇지만 저희 때도 사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보고 자라기를, 떡은 집에서 해 먹는 거고 육포도 집에서 말려 먹는 거고, 김장할 때도 배추 몇 백 포기씩 하는 줄 알았고 그게 당연 했거든요.
그게 누군가에게는 고리타분하고 지긋지긋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게 너무 멋지고 좋아 보였어요. '아! 당연히 이렇게 해야지', '이게 진짜 맛있는 음식이지' 그런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요리를 전공하고 싶어졌어요.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유학을 갔다 와볼까도 생각해봤고요. 그런데 제가 정말 원하는 건 한국요리고. 그 한국 요리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상차림, 포장 등이 다 너무 좋았기에 한국요리를 해야 겠다고 결심을 했죠.
- 그래서 한국요리를 전공하게 됐군요.
▶ 한국요리,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통 식생활 연구를 전공했어요. '식(食)', 요리도 배웠지만 전반적인 전통 상차림들을 주로 배웠어요. 명절 상차림. 백일, 돌, 결혼 상차림 등을 배우다 보면 요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배우게 돼요. 상차림 뿐만 아니라 한국 요리 중에서도 선물 요리를 다루기도 하고요. 답례품으로 하는 떡도 사실 선물 요리에 속했어요. 이바지, 폐백 음식도 사실 선물 요리인 거고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자기를 많이 찾게 됐어요. 보자기는 정말 옛부터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빠지지않는 포장재였기 때문이죠. 그때 전통에 대해서 되짚어 보게 된 게 아주 저가의 중국산 보자기들이 대부분의 한국 전통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거예요. 너무 안타까웠어요.
- 호호당의 시작은 그 안타까움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 맞아요. 향도 맛도 너무 좋은 한국 전통주를 만드시는 장인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정말 다 아름다운데 그 술을 담는 도자기가 너무 아쉬웠고, 얼마 전 아이 돌을 하면서 돌떡을 전통떡 맛있게 하는 집에서 주문했는데 그냥 중국산 보자기에 질끈 묶여 온 게 아쉬운 거죠. 그 안에 담긴 것들은 너무나 한국적이고 아름다운 것인데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것을 받아보는 첫 인상이,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섬세한 작업의 마무리가 아쉬운 거죠.
-사실 전통 고유의 한복이나 보자기 다 너무 고가라 쉽게 접하기에 어려움이 있어요.
▶ 그래서 저는 그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아름답게 표현하는 거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요. 그런 노력들을 존중하고 그런 작업들을 좋아해요. 그런데 정말 제대로 된 전통을 찾자면 한 없이 비싸고 다루기 어렵고 그런 것도 사실이에요. 누가 봐도 '멋지다', '좋다'라는 생각은 하지만 쉽게 소유할 수 없고 그걸 일상생활로 끌어들일 수 없는 가격대의 '작품'들이기 일쑤죠.
그런걸 보면서 저는 '왜 중간이 없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는 일상 속에서 쉽게 사용하면서도 전통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보자기를 꼭 만들어서 나도 쓰고 나처럼 이런걸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호호당이 만들어졌죠.
- 그래서 호호당의 제품은 합리적인 가격대를 추구하신다는 말을 들었어요. 보자기에도 합섬을 쓰신다고요.
▶ 사람들이 보자기를 비롯한 한국의 전통 용품들을 보면 '멋지다', '좋다' 하면서 잘 쓰지 않게 되는 것에 '왜 그럴까' 하고 되짚어 보게 돼요. 돌이켜보면 저 자신도 그랬었고요. 저는 전통을 이어가려면 그 시대의 젊은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브랜드들에 그 전통을 녹여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 전통을 녹여낼 때 고민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더 많이 사용하게 하기 위한 고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고민을 하지 않고 옛 것만 그대로 쫓다 보면 '예쁜데 불편해', '아름다운데 내가 쓰기에는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점점 더 멀어질 것 같은 거예요.
보자기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는 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다는 거 거든요. 친환경적이죠. 또 한편으론 사용하면서 그 때마다 다양한 추억과 이야기가 담길 수 있는 아이템이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전통을 그대로 따르자면 보자기에 실크, 금견 소재를 사용해야 하거든요. 그러면 세탁은 드라이를 해야 돼요. 솔직히 옷도 드라이 해서 입는 거 귀찮고 돈도 들고 하는데 보자기를 그렇게 노력을 들여서 관리를 해야 한다고 하면 '과연 몇 사람이나 그렇게 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보자기라는 것이 안에 뭘 담을지 모르잖아요. 음식물을 담기도 하고요. 저는 그럴 려면 쉽게 물빨래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호호당의 보자기 소재는 합섬으로 선택했어요. 가격대는 낮추고 일상에서 사용하기는 더욱 편리하도록 만들었죠. 하지만 합섬이라고 해도 요즘 한복을 만드는 소재를 쓰고 있어서 소재에도 신경을 썼어요. 한복도 조금씩 그런 변화를 맞고 있잖아요. 소재, 가격대 등등 여러 번 세탁을 해도 변함이 없는. 물빨래 후 다림질만 잘해주면 몇 번이고 재사용할 수 있는. 호호당에서는 그런 보자기를 만들고 있어요.
- 호호당의 포장을 보면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매듭 같은 경우는 직접 고안하신 건가요?
▶사실 어려서 부터 할머니가 사업을 워낙 크게 하시다 보니 선물도 워낙 많이 드리고 또 많이 들어왔어요. 할머니께서 떡 한 단지도 절대 그냥 안 보내셨어요. 다 정성껏 보자기 포장해서 내보내셨어요. 그래서 집에서 주로 하는 용돈벌이가 보자기로 선물 포장하는 일이었어요. 포장하면서 한 쪽 구석에서 떡도 얻어먹으면서 그렇게 자랐어요. 할머니도, 엄마도 솜씨가 좋으시니 따라하라고 가르쳐주신 포장법도 많고요. 저희가 메인으로 쓰고 있는 매듭법은 우물정자 매듭법이라고 해서 옛날부터 있었어요. 그런데 호호당의 것보다는 조금 더 투박한 모양새의 매듭이었죠. 그래서 제가 얄쌍하게 조금 변형하고 쉽게 풀리지 않게 단단하게 바꾼 거 예요. 집에서 썼던 보자기는 다 한복을 만들고 남은 고운 원단으로 만들어놓으신 것들이라 정말 아름다웠죠. 아직도 제 기억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어요.
- 저는 우연히 호호당의 놋수저를 선물받게 돼 호호당을 처음 알게됐어요. 미색의 누빔 보자기에 놋수저 한 벌이 담겨 있는 태가 무척이나 모던하던데요. 어느 인터뷰에서도 '옛 것들이 오히려 모던하다' 라는 말을 하셨더라고요.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 전통 상차림 중 백일상, 돌상을 본다고 하면요. 박물관에서 재현한 상차림은 굉장히 심플해요. 정말 그 정도 만으로도 하나하나 의미를 담아서 차려냈는데 요새는 전통상차림을 재현한다고 하면 너무나 화려하게 하는 것 같아요. 요즘 종로 길거리에 입고 다니는 한복도 그렇고 사실 중국풍이 많거든요. 보자기도 그렇고 한복도 그렇고 저가의 것들은 중국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쓰이는 원단부터 디자인, 제작까지 모두 중국에서 값싸게 한국으로 들여와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뿌려지기 때문이에요.
굳이 민속박물관 같은 곳을 가지 않아도 검색만 조금 해보면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마 느낌이 오실 거예요. 각 국의 전통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이 있잖아요. 중국의 경우에는 정말 화려해요. 금도 많이 쓰고. 한국은 굉장히 담백하고 기품이 있어요. 흰 색을 많이 쓰고 여백도 많고 한국의 동양화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요. 요즘 사람들이 얘기하는 모던하고 미니멀한 그런 아름다움도 담고 있죠. 저는 그런 것들이 진짜 한국의 전통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호호당의 제품을 만들 때도 그런 느낌을 살려서 만들려고 노력해요.
- 예단보, 은수저, 놋그릇 등등 단순히 보자기 뿐만 아니라 호호당에서 다루는 제품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더라고요.
▶ 사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보자기만 한 건 아니었고요. 호호당에서는 보(褓), 포(砲), 품(品), 의(衣), 이렇게 4가지 카테고리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어요. 보는 보자기. 포는 조금 더 큰 사이즈의 이불, 창문 가리개, 커튼 등의 보자기 제품을 다루고 있어요. 그리고 품은 놋그릇을 비롯해서 예부터 지금까지 써오고 있는 전통의 것인데 아직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잘 모르는 아이템을 골라서 선보이고 있어요. 대신 사람들이 살 수 있을 정도의 가격대로 만들어서 전통을 소유하게끔 만들어가야 일상 속으로 들어오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거든요.
어떤 분들은 제 취향과 안목으로 고른 다른 아이템들도 들여와서 '편집 매장처럼 운영해보는 것은 어떻겠냐' 하시는 분도 있는데요. 물론 저희가 포장만 해서 팔고 하면 지금보다 훨씬 편하겠죠. 또 더 많은 아이템도 다양하게 더 빨리 늘려갈 수 있겠고요. 그런데 제가 담고자 하는 호호당의 가치가 희석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호호당의 놋그릇도 제가 직접 제작하는 건 아니지만 다 좋은 곳에 의뢰해서 호호당의 이름 하에 제품을 다 만들고 있어요. 품 쪽에는 호호당에서 생각해서 만들어낸 제품들만 포함되어 있고요. 의 쪽으로는 앞치마부터 시작해서 보자기 형태의 에코백 등등을 만들고 있는데 조금씩 더 늘려갈 생각이에요.
- 예컨대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 예전부터 입었지만 맥은 끊겼던, 일상생활 속에서 입거나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 아이템들을 단품 위주로 조금씩 늘려나갈 계획이에요. 전통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몇 가지씩 늘려가고 있어요. 저기 보시면 앞치마가 있는데요. 삼국시대 때 입었던 치마 그대로 만들었어요. 밑단 폭도 그렇고 형태도 그렇고요. 그대로 앞치마로 만든 거 거든요.
아마 관심이 없다면 그냥 지나치겠지만 호호당을 통해 이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이 스토리에 대해서도 알게 될 거고 '삼국시대에 저런 치마를 입었구나' 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겠죠. 이렇게 전통적인 의복의 형태를 현대식으로 재해석 할 수 있는 것들을 늘려가려고 하는데요. 앞으로도 조금씩 소개해보려고 해요,
- 사실 한복하면 사람들은 흔히 조선시대의 한복을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 같아요. 정말 요즘 유행할 법한 디자인의 앞치마라고 보이는데 그 옛날 삼국시대의 치마의 원형을 그대로 본땄다니 놀랍네요.
▶ 제가 어렸을 때 항상 너무 아름답다고 느꼈던 한복은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대의 의복들이었거든요. 조선시대 뿐만 아니라 삼국 시대의 의복도 '와! 진짜 독특하다', '예쁘다' 하는 소재며 디자인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시대의 드라마가 인기 있을 때만 잠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 부분이 아쉬웠어요.
그렇다고 해서 당장 '삼국시대 한복이 아름다우니 관심을 가지세요!' 혹은 '삼국시대 한복을 입으세요!' 라고 얘기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여러 가지 생활 속에서 정말 전통 그대로이지만 소재를 바꾼다든지, 아니면 기념 삼아 구매할 수 있는 것들도 만들어 본다든지 그렇게 재미있게 접근하는 거예요. 그리고 지금은 아름다운 전통한복을 호호당의 보자기처럼 조금 더 저렴하게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가려고 지금 계속 준비는 하고 있거든요.
- 보자기에서 한복까지 다룬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대단한 결정을 하셨네요.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 천천히 점점 늘려가고자 해요. 할머니 때부터 해오셨던 특수 의상을 제작하는 사업은 주로 사극 의상을 제작하거나 오페라나 영화에 나오는 의상들을 다뤘어요. 유명한 작품의 경우 MBC 드라마 '대장금'도 하셨었고요. 저 대학생 때에는 '태왕사신기' 의상도 제작을 맡으셔서 아르바이트로 중국에서 갑옷 만들어오고 이런 일도 했었어요.
그러니까 워낙 어렸을 때부터 옷을 짓는 걸 많이 본 거예요. 집에도 작업장이 있고 그랬으니까요. 자연스럽게 최고로 아름답게 재현해 낸 옷들을 보고 큰 거죠. 어렸을 때엔 늘 보고 자란 것이라 큰 감흥이 없었지만 지금에서야 그것이 저에게는 굉장히 큰 행운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대로 표현된 전통을 봤기 때문에 사실은 안타까움도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전통이나 옛 것에 관심이 없다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저희 매장이 있는 청운동 앞에만 나가봐도 뿌리를 알 수 없는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요. 어떤 이의 고민 없이 그냥 중국에서 값싸게 만들어진 옷들이 마치 한국의 전통 한복인 것처럼 포장이 되고 있는거죠.
그런 걸 보면서 한복을 많이 입게되었으니 좋아해야 하나 싶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잠깐 스쳐가는 현상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이 그렇게 고착화 되어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도 많이 들어요. 씁쓸하죠.
- 너무 기다려지네요. 사실 요즘 한복이 주목받으면서 다양한 브랜드들이 나와있지만 아직도 고가인 부분이 있어서 대중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것 같아요.
▶ 맞아요. 제가 일본 도쿄로 여행을 갔을 때 놀랐던 것이 사람들이 전통 의복을 일상 속에서 즐기고 소중히 여기는 거였어요. 제가 전통의 도시라고 꼽히는 교토나 나라 이런 곳을 간 것도 아니었는데 하필 그 때가 하나비, 불꽃놀이 시즌이었거든요. 강둑에 모든 젊은 이들이 모두 유카타(일본 전통 의복 중 하나)를 입고 있는거예요. 게다(일본 전통 신발)를 신고 타타탁 소리내며 걷는데. 전혀 불편한 기색 없이 보이더라고요. 사실 유카타도 게타도 편한 차림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 불편함도 자연스럽게 전통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차림 속에 녹아 있는 거죠.
그 모습이 우리 종로에서 흔히 보는 한복 입고 돌아다니는 관광객의 그 느낌이 아니었어요. 복식도 어설픈 퓨전이 아니라 전통 그대로의 의복을 차려 입었더라고요. 너무나 아름다워보였어요. 모두가 그걸 창피해 하지 않고 당당하게 입고 다니는 모습이요. 옷 뿐만 아니라 전통 장신구 하나하나도 마치 더 예쁘게 하려고 경쟁하듯이 화려하게 꾸미는데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더 충격적이었던 건 유니클로에서 하나비 시즌에 유카타를 파는 거였어요. 전통을 손쉽게 소유할 수 있게 만든 거죠. 비단 유니클로 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SML(스몰, 미디움,라지) 사이즈로 너무나 손쉽고 예쁘게 전통의복을 판매하고 있더라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언젠간 이런 걸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사실 그게 쉬운 문제만은 아니거든요. 저희도 계속 연구하고 있어요. 판매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시도들이 많이 필요해서 공장에서 계속 테스트를 하고 있어요. 아쉽게도 한국에도 하나비 같은 아름다운 축제들이 있었으나 그 명맥을 이어오지는 못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복을 입어야 하는 순간은 아직 남아 있거든요. 결혼식도 그렇고. 돌잔치도 그렇고. 어르신들 모시고 하는 잔치도 있고요. 그럴 때 만이라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드레스나 정장보다 한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번 잘 해보고 싶어요. 관심있는 사람들이 더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 좋은 소식이 있다면서요.
▶호호당에서는 무엇이든 담아 감쌀 수 있는 유연하고 실용적인 보자기에서 출발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보자기 가방이 그 중 하나이고요. 호호당의 보자기 가방은 보자기를 묶는 법을 몰라도 누구나 쉽게 묶었다가 푸르고,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했고요. 이번에 호호당의 보자기 가방을 평창 올림픽의 공식기념품으로 제작해 드리게 됐어요. 미백의 보자기 가방에 자수 마그넷을 15종 경기에 맞춰서 달수 있도록 디자인했어요.
특히 이번에 선보이는 보자기 가방의 경우, 어느 나라에서도 만날 수 없는 보자기 모양의 한국적인 에코백으로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에코백이라고 불리는 가방들은 거의 중국에서 캔버스천을 떼어 만드는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비슷한 같은 모양에 브랜드마다 다른 로고 인쇄만 들어가는 경우가 많죠. 그렇다보니 어느 나라에서 에코백을 사든 다 똑같은 거예요.
저는 이왕 만들 에코백이이면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에코백을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보자기를 떠올렸죠. 서양의 가방은 각 가방마다 그 용도가 명확히 구분이 되어있어요. 구체적인 용도가 나뉘어진 가방이 각자 발전을 해 온 거예요. 그런데 한국은 생각해보면 다 보자기였어요. 이불보, 책보, 도시락보, 돈보 등등 그걸 풀었다가 그냥 이불을 싸놓으면 그게 장롱이 되는거고 푸르면 이불보가 되는 거였죠.
얼마나 알뜰해요.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의 끝을 달리는 아이템인거죠. 보자기 하나 가지고 이것저것 다 한거예요.
그 우수성을 알리고 싶었어요. 보자기는 묶는 거잖아요. 그래서 묶는 디테일이 들어간 가방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예쁘게 잘 나온 것 같아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어요. 정방형이라 그 안에 솜을 넣으면 쿠션으로도 쓸 수 있고요. 한국 사람들이 써왔던 가방은 보자기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어요.
- 호호당의 제품들, 해외에서도 조금씩 반응이 오고 있다면서요?
▶ SM엔터테민먼트와 함께 했던 SUM 마켓 일본 수출 같은 경우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이 해외에서도 판매되는 케이스이고요. 올해 초에 밀라노에서 열렸던 생활소비재 박람회에 나가면서 자체적으로의 해외진출도 물꼬를 텄어요. 남아공에 있는 주류업체에 호호당의 와인 포장하는 패키지를 판매하게 됐거든요. 아예 해외로 직수출하는 케이스가 됐어요. 무역회사에 다니던 남편이 아이가 태어나면서 호호당일을 함께 하게 돼서 남편의 역할이 컸죠.
- 남아공이라면 정말 지구반대편에서도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알아보는군요.
▶ 재밌죠?(웃음) 남편과 함께 하면서 글로벌 진출이 한결 수월해졌어요. 미국에서도 반응이 좋더라고요. 지난 4월에는 노드스트롬이라는 백화점에서 한국패션을 주제로 팝인샵을 열었는데 거기에도 들어가게 됐어요. 저희 손수건이나 행주, 보자기, 마그넷, 파우치도 들어가고 한국적인 패턴이 들어간 제품들이 많이 소개됐어요. 무역회사에서 철을 팔던 사람에게 철 말고 보자기 팔자고 모셔왔는데 다행히 좋은 소식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저도 기쁘고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웃음)
- 대표님이 그리는 호호당이란 어떤 브랜드인가요?
▶ 저는 호호당이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좋은 일이 있을 때 한 번씩 떠올리는 브랜드로 자리잡았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태어났을 때 가장 한국적으로 축하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호호당을 떠올리고, 딸이 결혼할 나이가 다가오면 한 번쯤 호호당이라는 브랜드를 생각하게 되고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왔을 때 같이 가서 선물을 좀 주고 싶을 때 그럴 때도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데가 호호당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모든 중요한 순간들을 위한 제품들을 점점 더 늘려가고 싶거든요. 그래서 더욱 호호당에서 낼 한복도 하나의 숙제처럼 생각하고 잘 해내고 싶기도 하고요.
또 하나는 일본 여행에서 하나비를 보고 받았던 충격 때문인지 잊혀졌던 한국의 즐거운 축제나 명절 같은 것들을 조금 더 일상 속으로 끌어내보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거창하게는 아니어도 단오 때 부채를 선물 했던 풍습을 알리는 일환으로 단오에 맞춰 부채가 그려진 손수건을 제작 한다든지 하는 거예요. 호호당다운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전통을 소개하고 싶어요. 단오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호호당의 부채 손수건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단오 풍습을 간접적으로라도 느끼고 생각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긴 시간이 필요할 거 예요. 한 해 두 해 해서 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긴 시간 동안 천천히 호호당 만의 방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전통을 일상으로 좀 끌어내어 보는 작업들을 해보고 싶어요.
사진=호호당, 이정열 기자 dlwjdduf777@sportschosun.com, hale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