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A대표팀의 새 사령탑 신태용 감독이 K리그 현장을 돌기 시작했다. 예비 태극전사들의 컨디션을 두 눈으로 체크하기 위해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새 얼굴이 발탁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신태용 감독에게 떨어진 당면 과제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통과다. 우리나라는 우즈베키스탄 보다 승점 1점 앞선 불안한 A조 2위다. 한국은 이란전(홈, 8월31일)과 우즈벡전(어웨이, 9월5일) 두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한국이 자력으로 조 2위로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을 위해선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따라서 신태용 감독이 이란전과 우즈벡전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이기는 축구' 뿐이다. 다른 걸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경기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경우 조 3위를 하면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최악의 경우 3위 아래로 떨어진다면 러시아월드컵을 '강건너 불구경'하게 된다.
신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물리적으로는 이란전까지 50일 정도 된다. 현재 K리그 일정을 고려하면 8월 27일 경기를 치르고 대표 선수들을 차출할 수 있다. 소집 기간을 앞당기기 위해선 K리그 팀들과 프로축구연맹의 협조가 필요하다. 해외파 선수들은 차출 규정 때문에 조기 소집이 더 어렵다.
신 감독을 '소방수'로 선택했지만 지금의 현실을 감안할 때 위기의 A대표팀을 살려낼 '만병통치약'을 단 기간에 제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K리그에는 우수 선수 자원이 흘러 넘치지 않는다. 신 감독과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를 보는 시각에 차이는 있겠지만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두 감독의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은 분명히 다를 수 있다. 대신 '음식'을 만들기 위한 기본 '재료'는 크게 다를 게 없다. 신 감독은 우리나라 축구의 인적 인프라를 누구 보다 잘 알고 있다.
또 지금은 '뉴 페이스'를 발굴하고 또 깜짝 기용해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이란전과 우즈벡전에 모든 걸 걸고 싸워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는게 맞다. 이란은 한국 축구가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또 우즈벡 원정 역시 태극전사들에게 큰 부담을 주는 매치다.
신 감독은 실용주의자다. 앞뒤가 꽉 막힌 지도자가 아니다. 그는 이미 다음달 선수 소집 과정에서 대대적인 선수 교체가 없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기존 주축 선수들로 가면서 '양념'으로 새 얼굴을 발굴하게 된다. 결국 슈틸리케에서 신태용으로 감독만 바뀌었지 그라운드에서 주축으로 뛸 선수들은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8월 대표팀 조기 소집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미 K리그 클럽들은 지난 5월말 한 차례 조기소집에 응해 주었다. 결과는 카타르전 2대3 패배로 끝났고, 감독과 기술위원장이 교체됐다.
결국 그라운드에서 공을 차서 상대를 제압하는 건 선수의 몫이다. 감독은 경기 전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를 선별하고, 또 필승의 게임 플랜을 짜는 게 주 역할이다. 또 경기 중간에는 상황에 맞게 변화도 주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감독이 코치들과 함께 밤잠을 설쳐 기묘한 전술과 전략을 짜내도 선수들이 잔디 위에서 실천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요즘 한국 축구, 특히 A대표팀에선 선수가 '왕'이다.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결과와 경기 내용에 따라 일희일비가 이어지고 있다.
신 감독은 비슷한 '재료'를 갖고 완전히 다른 '음식'을 만들어내야할 중책을 맡았다. 그를 두고 국내 축구계에선 '난 놈'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지금 처지에선 그에게 막연한 '매직'을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신 감독 보다는 이란, 우즈벡과 맞붙어 싸워야 할 태극전사들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원 팀'은 말로 되는 게 아니다. 그라운드에서 서로 소통하며 실천해야 가능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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