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15일 대구에서 열린 2017년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는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을 위해 마련한 행사가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KBO가 그의 배번 '36'이 적힌 푸른색 유니폼을 헌정했고, 이승엽은 두 아들과 시구, 시타, 시포를 맡아 뜻깊은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승엽은 드림올스타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안타와 타점을 1개씩 올리며 마지막 올스타전 승리의 기쁨을 후배들과 함께 했다.
이승엽은 이제 자신의 현역 마지막 시즌의 후반기를 앞두고 있다. 삼성의 남은 경기는 56게임. 1995년 프로에 데뷔해 23년간 달려온 레이스의 마지막 반 바퀴를 남겨놓은 이승엽은 심정은 어떨까. 이승엽은 올스타전이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56경기가 남았는데, 나에게는 정말 짧은 여정이다. 후회 없이 떠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걸 보여드려야 한다. 잘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개인 목표는 사실 특별할 것이 없다. 이미 홈런, 타점, 득점, 루타에서 KBO리그 역대 1위 기록자로 올라섰고, 지난 5월 21일 한화 이글스와의 대전 경기에서는 통산 450홈런도 돌파했다. 450홈런은 그가 은퇴를 예고한 지난해 마음 속에 품었던 목표였다. 이승엽은 통산 1466타점, 3983루타를 기록하고 있어 남은 후반기에 1500타점과 4000루타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팬들은 통산 459홈런을 친 이승엽이 500홈런 고지도 밟기를 바라지만, 41홈런을 추가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도 이승엽의 홈런 기록들은 그 하나하나가 KBO리그에서 가장 빛나는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이승엽은 전반기 8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3리, 16홈런, 55타점을 때렸다. 강타자의 잣대인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이마저도 자신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소속팀 삼성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이냐가 관심사다. 삼성은 전반기를 9위로 마쳤다. 포스트시즌 커트라인인 5위 안에 들려면 앞으로 기적같은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 5위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가 10경기나 벌어져 있어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실패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외국인 투수 교체가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당장 실행에 옮기려는 제스처가 없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한수 감독 부임 첫 시즌 후반기는 내실을 다지자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으로서는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현역 마지막 시즌 '가을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와 힘만으로 되는게 아님도 잘 알고 있다. 우승의 영광과 실패의 좌절을 누구보다 많이 겪은 선수가 이승엽이다. 2002년 동점 3점홈런을 날리며 삼성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이끌 당시 팬들은 이승엽이 흘린 눈물을 기억한다.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첫 경기를 잡고 내리 4게임을 내주며 주저앉은 기억도 생생하다. 하지만 올해는 그럴만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유종의 미'라고 했다. '개인' 이승엽이든 '팀' 삼성이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안타 하나라도 더 치고, 타점 하나라도 더 올리기 위해 막판 스퍼트를 낼 이승엽에게는 그 어떤 박수와 격려도 힘이 될 것이다. '레전드'를 가장 영광스럽게 보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응원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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