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팀들이 상대선발이 우투수냐 좌투수냐에 따라 타순을 다르게 짠다. 좌투수가 나올 땐 우타자를 늘리거나 좌타자를 하위타선으로 내리는 라인업 변동을 가진다. 아무래도 좌타자가 좌투수에게 약하다는 평가가 있고, 실제로 좌투수에 약한 좌타자들도 있다.
그런데 넥센 히어로즈는 상대 왼손 투수에 왼손 타자로 맞불을 놓았다. KIA가 2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경기에 왼손 정용운을 선발로 냈는데 넥센은 이정후 서건창 채태인 고종욱 등 4명의 왼손 타자를 선발로 냈다. 특히 이정후와 서건창 채태인을 나란히 1∼3번에 배치했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이에 대해 "이들이 좌투수를 상대로도 잘친다"라고 좌타자를 전지배치시킨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데이터상으론 정용운이 넥센의 왼손타자에게 강할 것 같았다.
일단 정용운이 왼손타자에 강했다. 정용운은 올시즌 피안타율이 1할8푼4리에 불과했는데 우타자에게 1할9푼8리(91타수 18안타)였고, 좌타자에겐 1할6푼(50타수 8안타)로 매우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정후와 서건창 채태인이 왼손 투수에 강한 것도 아니었다. 셋 다 우투수보다 좌투수 상대 타율이 낮았다. 그나마 서건창이 우투수 상대 타율(0.359)에비해 좌투수 상대 타율(0.322)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정후는 우투수에게 3할6푼5리였고, 좌투수에겐 2할6푼4리를 기록해 1할이나 차이가 났고, 채태인도 우투수 상대 타율이 3할7푼1리, 좌투수 상대 타율은 2할9푼3리로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 6월 11일 만나서도 정용운이 이겼다. 당시 1번으로 나온 이정후가 2타수 무안타 2볼넷을 기록했고, 2번 서건창이 3타수 무안타, 채태인이 2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안타를 하나도 치지 못했다. 결국 장 감독은 데이터보다는 감과 믿음으로 왼손 타자 삼총사를 전진 배치시킨 셈이다.
데이터 상으론 정용운에게 유리해 보였지만 뚜껑을 열자 결과는 달랐다. 왼손 삼총사가 정용운의 강판을 이끌어냈다. 넥센은 초반 0-5로 뒤지면서 힘들게 출발했지만 3회말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1사 1루서 이정후의 좌전안타와 서건창의 볼넷으로 만루의 찬스가 만들어졌고, 이어 채태인이 우전안타를 때려내 2점을 뽑았다. 이어 김하성의 좌익수 플라이로 1점을 추가해 3-5.
5회말 다시한번 왼손 타자들이 힘을 냈다. 선두 이정후의 우전안타와 서건창의 우중간 2루타로 무사 2,3루의 기회를 만든 것. 결국 KIA는 3번 채태인 타석 때 투수를 한승혁으로 교체했다. 정용운이 내려가자 넥센은 더 힘을 냈다. 채태인의 좌전안타로 5-5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김하성의 역전 좌월 투런포가 터져 7-5로 뒤집었다.
정용운은 4이닝 동안 5개의 안타를 맞았고, 볼넷 4개를 내주고 5실점했다. 4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이 좌타자 삼총사에게서 나왔다. 결국 장정석 감독의 믿음의 기용이 통했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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