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정찬헌이 연장 승부 북치고 장구치고를 혼자 다했다. 승리투수가 타점까지 기록하는 진귀한 장면을 연출했다.
정찬헌은 2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양팀이 2-2로 맞서던 연장 10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10회말 1사 2루 위기를 잘 넘긴 정찬헌. 11회초 2사 후 오지환이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고, 황목치승이 밀어내기 볼넷까지 얻어내 11회말 삼성 공격만 잘 막아내면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깜짝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왜 정찬헌이 11회말을 잘 막아내는가가 중요한 지 언급했냐면, 황목치승 다음 이어진 2사 만루 찬스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가 정찬헌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경기 후반 지명타자를 없애고 그 자리에 투수를 투입한 LG였다. 정찬헌을 11회 투입하지 않으려면 대타 채은성을 투입하면 됐지만, 정찬헌을 타석에 들여보낸다는 건 정찬헌이 마무리를 해야한다는 뜻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 투수는 타석에 들어서 가만히 서있는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정찬헌은 대기 타석에서 방망이를 힘차게 휘두르며 의욕을 보였다. 그러자 양상문 감독이 나왔다. 매사 신중한 양 감독이기에 혹시 정찬헌이 타석에서 무리하지 않을까, 그래서 무리하지 말라는 조언을 하기 위해 나온 듯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찬헌은 야무지게 헬멧을 고쳐쓰고, 타자 못지 않은 연습동작을 취하며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바뀐 투수 이승현의 초구 직구를 제대로 받아쳤다. 일반 야수가 때려낸 듯한 강력한 타구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꿰뚫었다. 정말 정찬헌인지 모르고 봤다면 그냥 타자가 쳤을 타구였다. 아무래도 정찬헌이 소극적으로 나올 것이라 예상했을 이승현이 밋밋한 공을 던졌는데, 그걸 정찬헌이 놓치지 않았다. 1루까지 달려간 정찬헌은 덕아웃을 향해 포효했고, LG 덕아웃 분위기는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정찬헌이 생각지도 못한 한방을 치자, 막혔던 LG 타선의 혈이 뚫렸다. 이형종의 스리런포와 김재율의 백투백 솔로포가 터지며 스코어가 10-2로 벌어졌다.
물론, 고생한 정찬헌은 11회말 마운드에 오를 필요가 없었다. 점수차가 컸기에 최동환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정찬헌은 이날 시즌 3승을 거둠과 동시에 자신의 승리에 쐐기를 박는 안타를 스스로 때려낸 기적을 만들어냈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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