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얽히고설킨 실타래 같았다.
지난 24일(한국시각) 이미향(24·KB금융그룹)은 미국에서 스코틀랜드 에딘버러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 그런데 비행기 이륙이 지연되면서 급기야 예정됐던 연결편 비행기도 탈 수 없었다.
공항에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다음 비행기를 타고 에딘버러에 도착한 이미향은 두 번째 난관에 부딪혔다. 청천벽력이었다. 자신의 분신과 같은 골프백이 도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항에서 발만 동동 구를 수 없었다. 골프백이 없더라도 코스 답사와 퍼트 연습을 하려고 했다. 결국 골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8시간여가 지난 뒤 서광이 비췄다. 분실된 골프백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애버딘 에셋 매니지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오픈이 펼쳐질 영국 스코틀랜드의 던도널드 링크스 코스(파72·6390야드)는 처음 접하는데다 코스가 까다롭기로 유명해 충분한 연습이 필요했다. 그러나 25일 도착 후 연습라운드를 건너 뛴 이미향은 26일 하루 연습라운드 뒤 곧바로 플레이를 펼쳐야 했다.
예상대로였다. 1, 2라운드는 쉽지 않았다. 1라운드 1오버파 73타, 2라운드 3오버파 75타를 기록했다. 하마터면 컷오프를 당해 짐을 싸고 돌아가야 했다. 3라운드는 절치부심했다. 그러자 그야말로 하늘이 도왔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이미향은 오히려 변덕스러운 날씨를 기회 삼아 4타를 줄여 상위권 도약에 성공했다.
31일 최종라운드. 이미향은 이날 대역전 우승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6타 뒤진 공동 6위였던 이미향은 전반 9개 홀에서만 버디 6개를 몰아치는 맹타를 휘둘렀다.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를 기록한 이미향은 허미정(28)과 카리 웹(호주)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미향은 2014년 11월 미즈노 클래식 이후 LPGA 투어 통산 2승째를 거뒀다. 우승 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5000만원).
이미향은 "내 스스로도 정말 놀랐다. 특히 첫 9개 홀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첫 홀부터 기분 좋게 출발했다"면서 "마지막 9개 홀은 조금 기복이 있었지만 퍼트를 많이 성공했다. 좋은 퍼트가 많이 나왔고 좋은 칩샷도 나왔다. 그저 단순하게 그 홀에만 집중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네 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이미향은 '집념의 선수'였다. 이미향의 부친 이영구씨는 작은 체구를 가진 딸에게 "키가 작으니 골프는 하지 말자"라고 말했다. 이미향은 포기하지 않았다. 되려 "가장 멋진 스윙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미향은 더 큰 무대에서의 우승을 꿈꾼다. 4일부터 펼쳐질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이다. 이미향은 "브리티시 오픈을 앞두고 정말 좋은 연습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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