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산하 유스팀들은 기존 학원축구계에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은 지 오래됐다. 풍족하진 않아도 프로구단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는 유스팀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위기감을 느낀 학원축구계가 그들만의 울타리를 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4~5년 전에는 분위기가 더 심각해졌다. K리그 산하 유스팀 리그가 만들어진 웃지 못할 비하인드 스토리다. 전화위복이 됐다. 이를 계기로 독립을 택해 잘 기획하고 제작한 콘텐츠가 한국 축구의 뿌리를 단단하게 해주고 있다. 3회째를 맞은 K리그 17세 이하(U-17)·18세 이하(U-18) 챔피언십이 일류 콘텐츠로 성장 중이다.
지난 2주간 펼쳐진 이번 대회는 3일 포항스틸야드에서 벌어진 대회 U-17·U-18 결승전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고무적인 점은 매년 대회가 거듭될수록 콘텐츠의 질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뼈대를 만든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를 비롯해 콘텐츠의 핵심 역할을 하는 선수와 지도자, 그리고 콘텐츠 소비자인 관중들 대부분이 만족하는 대회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포항=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자긍심 고취, 특급 동기부여
대회 관계자는 지난달 25~27일까지 선수 240명을 대상으로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의 매력포인트'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7가지 포인트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 '결승전 스틸야드'였다. 이 대회 결승전은 프로팀 포항 스틸러스가 사용중인 국내 첫 축구전용구장 스틸야드에서 열리는 것이 전통이다. 사실 유소년 시기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어른들의 행동이 모두 멋있어 보인다. 같은 논리로 유소년 선수들은 프로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는 곳에서 뛰어보는 것이 '로망'이다. 특히 스틸야드에 K리그 Anthem(선수 등장 음악)이 울려 퍼지면 늠름하게 프로 선수들처럼 일렬로 걸어 나오는 장면만 떠올려도 설레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유소년 선수들이 많다고 한다.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뛴다. 팀간 자존심 싸움도 있겠지만 남다른 동기부여가 선수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다. 바로 일본 J리그 국제대회 참가 자격이다. U-17 대회는 9월에 열리고 U-18 대회는 12월에 열린다. 시기적으로 J리그 국제대회는 고교 1~2학년만 출전할 수 있다. 때문에 U-18 출전권은 3학년 선수들이 졸업 전 후배들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또 하나의 전통이 생겼다.
확실한 세 가지 메시지
이 대회는 확실한 세 가지 메시지를 전달했다.
첫째, '유소년은 한국축구의 자산'이라는 것이다. 대회 관계자는 선수 보호에 최대한 역점을 두고 운영했다. 전 경기를 야간에 배치하고 경기를 격일로 운영했다. 야간경기는 유소년 대회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 야간경기로 운영되는 대회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또 선수 부상에 빠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유연한 경기운영으로 호평을 받았다.
둘째, '성적보다는 좋은 선수로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총성 없는 전장으로 비유되는 그라운드에서 엄격한 규정과 판정으로 동업자 정신과 페어플레이를 강조했다. 또 일본 J리그 유스팀 초청으로 기본기와 기술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한국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보고 배울 기회도 제공했다.
셋째, '두각을 나타내면 프로행이 보인다'는 것이다. 1회 대회 때부터 지난해까지 이 대회에서 돋보인 유스 선수들은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2015년에는 한찬희(전남) 김건웅(수원) 우찬양(포항), 2016년에는 김진야(인천) 이승모(포항) 유주안(수원) 등이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진출했다.
콘텐츠 다양화 고민
17세와 18세 부문은 빠르게 자리매김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좀 더 대회의 규모를 키우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중학교 선수들 부문 신설부터 점진적으로 세계 각국 초청팀을 늘려 그야말로 유소년 축구 페스티벌, 단지 경기만이 아닌 진정한 축제로 파이를 넓히는 청사진도 그려 볼만 하다. K리그 A구단 관계자는 "단기 토너먼트 대회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초청받는 곳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런 콘셉트의 국제대회가 생기면 굳이 외국으로 나갈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세계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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