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전격 사퇴했다. 80세 정년까지 5년이나 남아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사퇴소식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사퇴와 관련, 와병으로 위원으로서의 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재계 일각에선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와 관련된 '국정농단' 의혹 관련 1심 선고나 최근 그룹 상황 등과 연결 짓기도 한다.
이 회장이 최근 3년이상 와병으로 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지만 IOC측에서 먼저 사퇴를 요청한 적이 없었고, 삼성 오너일가 간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IOC 측은 지난 11일 "이 회장의 가족으로부터 'IOC 위원 재선임 대상으로 고려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의 IOC 위원직 사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회사차원에서가 아닌 오너 일가의 결정에 따른 결과인 만큼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IOC위원직 사퇴가 삼성이 국내외적으로 재계뿐 아니라 스포츠계 등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보여 왔지만 최근 이 부회장의 재판 과정 등에서 정부와 여론 등이 무조건적인 적대감만 커지는 상황 등이 고려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측이 이 부회장에 대해 중형인 징역 12년을 구형, 1심 재판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이재용 구하기'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IOC위원은 명예직이지만 각종 스포츠외교 등을 통해 국가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정부도 이같은 점을 잘 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초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한국의 국제스포츠 기여 정도를 감안해 한국 위원 숫자를 3명으로 늘리는 게 어떤가"라며 의견을 물었던 게 대표적이다.
게다가 이 회장은 지난 1996년 7월 위원에 선출된 이후 무려 20년 이상 글로벌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참석을 시작으로 2011년 남아공 더반 IOC 총회 참석에 이르기까지 1년반 동안 무려 11차례에 걸쳐 170일간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의 경우 이 회장이 글로벌기업 총수로서 각국 정상급 혹은 왕족 출신의 IOC 위원들과 꾸준히 관계를 맺어 온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회장이 IOC 위원직을 내려놓음에 따라 한국 IOC위원은 유승민 선수위원이 유일하다. IOC 내에서도 거물급 인사로 활동했던 이 회장의 사퇴는 우리나라의 스포츠 외교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한때 유력한 IOC 위원 후보로 거론됐던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이나 이 부회장이 최근 국정농단 관련 의혹을 통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스포츠 외교를 담당할 후임은 마땅치 않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IOC 위원 사임은 오랜 투병으로 더 이상 활동이 불가능한데다 장남의 수감 등을 감안해 오너 일가에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며 "이 회장의 IOC 위원직 사퇴가 이 부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겠지만 재계와 체육계에서는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라는 데 뜻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을만한 사회적 차원의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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