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양한빈(FC서울)은 부푼 꿈을 안고 프로에 입문했다. 여느 20대가 그렇듯 그는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그가 본 것은 밝은 희망의 빛이 아니었다. 끝을 알 수 없는 터널의 암흑 같은 기약 없는 기나긴 기다림이었다. 강원과 성남을 거쳐 FC서울에 입단했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데뷔 후 6년 동안 그라운드를 밟은 것은 고작 두 번. 양한빈의 시간은 그대로 멈춰 있는 듯했다.
물론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양한빈은 "성남 시절 어렵게 기회를 잡아 출전했는데, 경기 시작 15분 만에 부상으로 교체됐다. 정말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어느덧 기다림은 익숙한 일상이 됐다. 올해도 어김 없었다. 양한빈은 선배 유 현의 그늘에 가려 벤치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기회는 너무나도 갑작스레 찾아왔다. 시즌 개막 직후인 3월 19일, 양한빈은 선배 유 현을 대신해 광주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서울 이적 후 처음 밟은 그라운드. 다시 한 번 찾아온 소중한 기회였다. 놓칠 수 없었다. 놓치지 않았다. 그는 기어이 선배와의 포지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1강' 전북, '라이벌' 수원과의 맞대결에도 출전하며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올렸다. 특히 지난 12일 펼쳐진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는 상대의 유효슈팅 9개 중 8개(88.9%)를 막아내며 팀의 1대0 승리에 힘을 보탰다.
"내게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선수에게 가장 큰 선물은 출전 기회다. 예전에는 준비는 덜 된 상태로 자신감만 있었다. 늘 준비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프로 데뷔 6년 만에 찾아온 최고의 순간.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아있다. 양한빈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계속 더 노력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진다.
깨달음은 역설적으로 기나긴 기다림 속에서 얻었다.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배운 점들이 있다. 선배들의 좋은 모습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때의 배움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만큼 더 찬란한 꽃을 피워가고 있는 양한빈. 그는 19일 울산과의 맞대결에 출격 대기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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