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싸웠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아시아컵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가능성을 보여준 대회였다.
한국은 20일(이하 한국시각)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준결승에서 강호 이란에 81대87로 패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걱정했던 대로, 이란의 간판이자 장신센터 하메드 하다디에 고전했다. 2m18의 하다디는 득점은 7득점에 그쳤지만 14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줬다. 하다디의 높이에 주눅이 들어 1쿼터 6-27까지 밀린 게 이날의 패인. 하지만 한국은 그대로 물러나지 않았다. 2쿼터부터 반격에 나섰고 3쿼터에는 불꽃같은 3점슛으로 동점, 역전에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4쿼터 접전 흐름 마지막 힘싸움에서 저력의 이란에 밀리며 결승행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한국은 주장이자 팀의 기둥 오세근(KGC)이 21득점하며 상대 장신숲 사이에서 분전했고, 전준범(모비스)이 2쿼터에만 3개의 3점슛 포함해 20득점하며 깜짝 활약을 펼쳤다. 이정현(KCC)과 허 웅(상무) 등도 외곽에서 좋은 플레이를 해줬다.
결승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한국 남자농구에 대한 희망을 부풀린 대회였다. 최근 남자농구 침체로 사실 이번 대회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전임감독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허 재 감독이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다. 최고참이 30세의 오세근 이정현 박찬희(전자랜드). 20대 중반부터의 젊은 선수 위주 팀 개편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한국 농구는 빠르고, 활력이 넘쳤다. 속공이 가능한 빅맨 오세근, 김종규(LG) 등이 이번 대회를 통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줬고 김선형(SK)은 아시아 최고 가드임을 입증했다. 이 주축 선수들 뿐 아니라 전준범 허 웅 최준용(SK) 등 대표팀 경험이 많지 않은 한국 농구의 미래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됐다.
홈팀 레바논과의 개막전에서는 조금 긴장하고, 상대 홈팀 기세에 눌려 패한 경기가 됐지만 이후 경기부터 한국은 확실히 달라졌다. 최근 수년 간은 보지 못했던 창의적인 2대2 플레이나 화려한 패턴 패스 플레이, 그리고 2m 장신의 최준용을 가드로 기용하며 펼치는 공격-수비 등이 농구팬들을 놀래켰다. 주축 선수들이 젊기에 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향후 몇년 간 대표팀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한국은 21일 호주에 패한 뉴질랜드와 3위 자리를 놓고 마지막 일전을 치른다. 예선에서 한 조였던 뉴질랜드를 한국은 1점차로 격파한 경험이 있다. 뉴질랜드는 대회 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팀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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