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전북 입단 이후 이동국(38)에게 2017년은 무척 새롭다. 아니, '어색하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평생 '베스트 11'으로 살아왔던 그가 '교체 멤버', 흔히 얘기하는 조커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좀처럼 적응이 쉽지 않았다. 항상 규칙적인 선발 출전을 위해 컨디션 조절을 해오다 언제 투입될 지 모를 교체 준비가 낯설고 힘들었다.
하지만 서른 여덟의 베테랑 공격수는 K리그 최고령 사령탑의 고민을 헤아려야 했다. 전북에 즐비한 국가대표급 공격수들의 출전시간도 챙겨야 하는 최강희 감독의 입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냉혹한 프로의 세계라고 하지만 팀이 K리그 우승으로 가는 과정이라면 희생과 헌신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동국은 "전북에는 좋은 공격수가 많다. 출전시간을 보장받을 만한 선수들이다. (이번 시즌 선발로 출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나의 역할은 후반에 투입돼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여전히 길게 봐야 한다. 선발로 뛰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필요한 상황에 팀에 보탬이 되면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감독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선수라면 출전 시간이 길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맡은 역할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뛴다"고 답했다.
최 감독은 이동국에게 미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나이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이동국의 몸 상태와 체력 회복 능력이 젊은 선수 못지 않은 것을 충분히 알고 있기에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그래서 지난달 중순부터는 매 경기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될 수 있는 한 이동국을 비롯해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과 에두를 한 경기씩 로테이션 시키고 있다.
최 감독은 "2년 전만 하더라도 이동국이 선발 체질이라고 생각했다. 베스트 11으로 출전했을 때와 후반 교체 투입됐을 때의 경기력이 달랐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래서 일부러 파비오 피지컬 코치에게 '전반 45분 뛴 선수같이 몸을 풀게 하라'고 주문한 적도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또 "몸보다 정신적인 영향이 크다. 본인이 팀 상황을 받아들였다. 후반에 들어가도 지고 있든 비기고 있든 흐름을 바꿔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록을 보면 여전히 이동국은 선발 체질이다.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네 골을 터뜨렸는데 모두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했다. 13차례 교체로 나섰던 경기에선 두 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이동국은 지난 19일 광주FC와의 클래식 27라운드에서도 2-1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 김신욱의 쐐기골을 도왔다.
비난을 감수하고 이동국을 택한 신태용 A대표팀 감독도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어차피 이동국을 90분간 활용하기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플레잉 타임을 최대 60분으로 정해놓고 전반부터 투입하는 편이 낫다. 한정된 시간 속에도 충분히 골이든, 도움이든 무조건 공격포인트를 올릴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이동국은 정통파 스트라이커로 신 감독이 원하는 타깃형 공격수다. 원톱에 최적화된 공격수이긴 하지만 전북에서 김신욱과 함께 투톱으로 자주 경기에 나서 최전방에 다른 공격수와의 호흡이 어색하지 않다. 시즌 초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황희찬(잘츠부르크)과 손흥민(토트넘)을 좌우 측면에 배치할 경우 득점 파괴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국은 "현재 대표팀은 내용 보다 결과를 얻어야 한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결과를 얻어서 월드컵에 나서야 한다. 끝나고 나서 후회해서는 소용없다.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전북은 지난 19일 광주전 승리로 2013년 클래식 출범 이후 사상 첫 100승을 달성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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