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기숙학교 체질인가?"
울산 현대 관계자들이 승부가 간혹 꼬일 때 농담삼아 하던 말이다.
이른바 '합숙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한 것이다. 합숙의 유혹에 빠진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올시즌 유독 합숙 효과를 누렸기 때문이다. 대다수 선수들에게 합숙훈련은 딱히 달갑지 않다. 비시즌 동계훈련기도 아니고 각자 개인생활이 있는 프로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출·퇴근보다 자유시간이 제약될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지만 단기간 팀워크를 다지는 장점도 있는 게 합숙이다. 숙식에 필요한 추가 비용 부담도 있기에 프로구단들은 시즌 중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합숙을 권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울산은 사정이 좀 달랐다. 지난 4월 26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가시마 앤틀러스전 0대4 패배 이후 처음으로 합숙을 했다. 당시 전남전 0대5 패배에 이어 2경기에 무려 9실점을 한 것이 한동안 회자됐다. 곧바로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합숙에 들어갔다. 약간의 징벌 성격이 가미된 긴급조치였다.
합숙을 하며 훈련에만 매달린 게 아니라 모인 김에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소통에도 시간을 할애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에 대한 토론부터 코치와 선수들간 보이지 않는 벽을 조금씩 해소해나갔다.
이후 깜짝 놀랄 변화가 일어났다. 4월 30일 인천전(2대1 승)부터 5월 6일 수원전(2대1 승)까지 시즌 첫 3연승을 달렸다. 당시 김승준은 "합숙을 하면서 얘기도 많이 나눴더니 선수들이 더 까가워졌고 팀이 하나가 되면서 분위기가 좋아졌다"며 합숙의 힘을 인정했다.
한데 수원전을 끝으로 합숙을 해제했더니 이후 열린 전북전(5월 14일)에서 0대0으로 비기며 연승이 끊겼다. 합숙 기간 3연승 덕분에 8경기 연속 무패행진(6승2무)까지 질주했지만 찜찜했다. 그러던 중 또 '건수'가 생겼다. 7월 8일 전북전에서 0대4로 대패했다. 외국인 선수 코바와 페트라토스 방출로 팀 분위기가 뒤숭숭한 데다 합숙 효과가 잦아드는가 싶더니 결국 일이 터진 것. 이번에는 선수들이 합숙을 자청했다. 열흘 동안 기숙학교 동창생으로 돌아간 울산 선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3연승을 기록했다. 그러다가도 합숙을 해제하자마자 맞은 7월 22일 인천전에서 1대1로 또 비겼다. 이때 무승부를 포함, 1승4무로 A매치 휴식기를 맞은 울산은 합숙의 추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고 또 합숙을 권하자니 부담스러웠는데 절묘한 구실이 생겼다.
시즌 초반에 일찌감치 계획해 둔 중국 옌볜 전지훈련이다. 박태하 감독이 이끄는 옌볜 푸더가 올해 초 전지훈련차 울산을 방문했던 인연으로 자매결연을 한 데 따른 것이다. 김도훈 감독은 19일 서울전 무승부(1대1) 직후 휴가 명령을 내렸다. 선수들에겐 25일까지 시즌 중 6일간의 꿀같은 휴가는 이례적이다. 하지만 오르막 이후 내리막이 있는 법. 25일 밤 클럽하우스에 소집하는 선수들은 28일 옌볜으로 떠난다. 9월 2일 옌볜 푸더와 친선경기를 치른 뒤 귀국할 예정이다.
울산 관계자는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닌데 계획된 일정으로 움직이다보니 합숙 효과가 그리울 시기에 미니 전지훈련을 겸해 합숙을 하게 됐다"면서 "더위에 지쳐있을 선수들이 이국땅의 정취를 느끼며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패행진이지만 계속된 무승부가 아쉬웠던 울산이 시즌 3번째 합숙 효과를 안고 돌아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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