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설경구(50)가 "한때 연기를 쉽게 생각했던, 부끄러웠던 시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범죄 스릴러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원신연 감독, 그린피쉬 제작)에서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은퇴한 연쇄살인범 김병수를 연기한 설경구. 그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데뷔 25년 차, 수많은 작품에서 수많은 캐릭터를 체화한 설경구. 그가 다시 한번 소름 끼치는 변신으로 가을 스크린을 찾은 것. 독한 연기, 독한 반전으로 역대급 존재감을 드러낸 설경구는 이번에도 역시나 감탄을 자아내는 인생 연기를 펼쳤다. 전작 '소원'(13, 이준익 감독) 이후 작품인 '나의 독재자'(14, 이해준 감독) '서부전선'(15, 천성일 감독) '루시드 드림'(16, 김준성 감독), 그리고 지난 5월 개봉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변성현 감독)까지 계속된 흥행 고전으로 아쉬움을 남겼는데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재기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대를 모으는 대목은 흥행뿐만이 아니다. '살인자의 기억법' 속 설경구는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도전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은퇴한 연쇄살인범 김병수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늙어가는 방법을 택한 것. 기억과 망상을 오가며 무너져가는 남자의 혼란을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분장 대신 10kg 이상을 감량하는 극한의 체중 조절을 감행했다. 촬영 전날 새벽마다 2시간씩 줄넘기를 하고, 탄수화물을 끊는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수분섭취까지 최소화하는 엄청난 자제력을 발휘, 쉽게 살이 빠지지 않는 손까지 노인의 손처럼 쭈글쭈글하게 만드는 독기를 보였다.
설경구는 "이번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설경구가 돌아왔다!'라고 봐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영화는 하면 할수록 고민이 깊어진 것 같다. '살인자의 기억법' 제작보고회 때 오달수 선생이 이런 말을 했다. '배우가 힘들고 괴롭고 고민이 많을 수록 관객의 볼거리는 는다'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입을 쩍 벌렸다. 그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배우도 고민을 많이 해야하는 일이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고백하건데 연기를 쉽게 생각하던 순간들이 있었다. 생각한대로 연기를 해도 안 될 때가 있고 쉽게 생각했을 때 쉽게 나오는 것도 있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쉽게 생각한 것은 티가 난다는 것이다. 억울하지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고민을 많이 안 한 것처럼 나올 때도 많다. 몇 번의 고배를 마시면서 숙제가 됐다. 연기는 숙제인 것 같다. 세월은 가고 새로운 역할은 늘 온다. 고민은 강도가 더 세져야 하지 않나 싶다. 고민을 안 하면 안 한데로 백프로 망한다. 고민없는 캐릭터가 나오면 자명하는 일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특히 변화에 목마르다. 물론 그 안에 무조건 내 모습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변화를 하는 모습이 보여주고 싶다. 물론 노력한대로 전부 보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다. 지금도 다른 얼굴에 기대가 있다. 이 전과 또다른 모습이 있지 않나 싶다. 그게 연기를 하는 재미일 수도 있다. 예전에는 관객들에게 '또 똑같은 얼굴이야?' '또 소리절러?'라는 평을 들을 때도 많았다. 그럴 때 마다 부끄러웠다. 그런 시절이 꽤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배우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런 것도 모두 과정인 것 같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한편,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혔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다. 설경구, 김남길, 김설현, 오달수 등이 가세했고 '용의자' '세븐 데이즈' '구타유발자들'의 원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9월 7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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