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수목극 '병원선'이 시청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13일 방송된 '병원선' 9,10회는 9.8%, 12%(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방송분(11.3%, 13%)보다 소폭 하락한 수치이지만 동시간대 방송되는 SBS '다시 만난 세계'가 4.5%, 5.8%, KBS2 '맨홀'이 2.1%의 시청률에 그치며 '병원선'은 여전히 수목극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이렇게 하지원의 첫 메디컬 드라마는 안정권에 접어든 분위기다. '발리에서 생긴 일' '시크릿 가든' '황진이' '기황후' 등 출연작마다 개성강한 감성 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하지원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메디컬 드라마의 레전드라 불렸던 MBC '하얀거탑'이나 지난해 신드롬을 불러왔던 SBS '낭만닥터 김사부'와 같은 정통 의학 드라마가 그리워진다. '하얀거탑' '낭만닥터 김사부' '병원선' 등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권력과 결탁하고 없는 이들을 무시하는 부패한 의국의 단면을 꼬집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메시지는 '진정한 의사란, 진정한 사람이란 무엇인가'다.
'하얀거탑'의 경우 완벽한 인생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살아왔지만 죽음에 직면하자 환자가 겪을 고통에 공감하게 되고 점점 진짜 의사로 성장해나가는 장준혁(김명민)의 이야기를 그렸다. '낭만닥터 김사부' 또한 각자의 딜레마를 딛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진짜 의사가 되어가는 한석규 유연석 서현진의 이야기가 중심을 차지했다. '병원선'도 마찬가지다. 외과과장의 눈에 날까봐 전전긍긍했던 송은재(하지원)는 섬에서 엄마가 올려보내는 환자들을 무시했다. 그리고 엄마가 서울로 보낸 마지막 환자가 엄마라는 걸 모른 채 환자 위탁을 거절했다. 딸의 진료 거부에 섬으로 돌아온 엄마는 심정지로 사망했고, 송은재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엄마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이 송은재가 진정한 의사로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앞으로 '병원선'은 송은재가 섬마을 환자들과 병원선 식구들과 소통하며 엄마의 죽음에 대한 마음의 짐을 덜고 인간미를 장착한 진짜 의사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려나갈 예정이다.
이처럼 중심 메시지는 같지만 '하얀거탑' '낭만닥터 김사부' 등과 '병원선'이 서있는 지점은 판이하게 다르다. 앞선 두 작품이 정통 메디컬 드라마에 가까웠다면, '병원선'은 판타지 메디컬에 가깝다.
13일 방송에서도 직장암 4기 판정을 받은 시인 설재찬(박지일) 케이스를 두고 송은재가 국내에서 단 한번도 시도되지 않은 수술법을 제안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곽현(강민혁)은 난색을 표했지만 송은재는 수술하지 않으면 6개월을 넘기기 어렵다고 맞섰다. 그리고 김재환(박선호)에게 전화해 "논문 케이스에 딱 맞는 환자를 찾았다"고 전했다. 곽현은 송은재가 밤 늦도록 시뮬레이션 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믿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다음날 송은재를 찾아온 김도훈이 "치료가 아니라 실험이다. 논문에 칸 채우고 싶어 몸살 났잖아"라고 다그치고, "논문에 칸 채우는 게 뭐가 나쁘냐"고 발끈하는 송은재의 모습을 보고 그를 주치의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6일 방송에서도 의견이 갈릴 만한 장면이 등장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손이 깔린 사고를 당한 강정호(송지호)를 구하기 위해 송은재가 그의 손목을 절단하고, 다시 봉합 수술을 하는 모습이 그려졌는데, 첫 도전에 정형외과 전문의도 조심스러워하는 접합수술을 성공시킨다는 설정에 대한 호불호는 갈렸다.
시청자가 메디컬 드라마에서 가장 기대하는 게 리얼리티다. 사람의 생사가 오가는 긴박한 상황,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생명 중시의 휴머니즘, 그리고 그 안에서도 엇갈리는 의사들의 입장차이 등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그려내느냐에 따라 퀄리티는 현저하게 달라진다. 특히 최근엔 현실 반영 드라마가 큰 호평을 얻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그런데 '병원선'의 경우 수술 장면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기는 하지만 엄마에 대한 죄책감과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 무리수를 두는 송은재의 천재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무리한 수술보다는 조악한 환경 속에서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열정을 불사르는 진짜 의사들의 휴머니즘에 좀더 무게가 실린다면 평가는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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