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나간다는 상상도 못했는데, 동반 출전이라니요."
한국은 아이스하키 불모지였다. 한 아이스하키 전문 블로거는 "한국이 캐나다와 붙으면 162대1로 질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한국은 그간 아시아에서도 변방이었다. 선수들끼리 "죽기전에 톱디비전(1부리그)이라도 가면 기적"이라고 했다. 캐나다, 체코, 러시아 등 소위 '빅6'의 전유물이었던 올림픽은 말그대로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아이스하키는 그 기적의 무대에 선다. 단순히 개최국 자격만으로는 아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올해 사상 첫 톱디비전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단군 이래 최강팀, 그 중심에는 신상우(30)-상훈(24) 형제도 있다. 꿈조차 꿔본 적이 없는 올림픽, 그 미지의 세계에 나서지만 둘이 있어 힘을 내는 '용감한 형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처럼 지나간 지난 시즌
한국 아이스하키는 지난 시즌 꽃길을 걸었다.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획득한데 이어 4월 우크라이나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1 그룹A(2부리그)에서 깜짝 준우승을 차지하며 사상 첫 톱디비전행이라는 기적을 썼다. 그 길을 함께 걸은 신상우-상훈 형제에게도 지난 시즌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신상훈은 "지난 시즌을 돌이켜보면 사진처럼 지나가는 것 같다. 그만큼 뜻깊었던 한해"라고 했다. 신상우는 "예전에는 우리가 나름 좋은 성적을 얻어도 관심도 없었다. 요새는 주변에서 아이스하키 이야기를 하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시는거보면 신기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역시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은 세계선수권이었다. 신상우는 "어떻게 집중을 했는지 시합을 뛰었다는 사실 외에 솔직히 기억이 잘 안난다. 시합을 뛰면서 그렇게 빨리 시간이 간 적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둘은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분수령과도 같았던 헝가리와 3차전에서 나란히 역전골과 쐐기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신상훈은 "세계선수권을 치르면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백지선 효과
백지선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신상우는 "감독님 부임 후 확실히 디테일에서 많이 바뀌었다. 세세한 부분까지 다 잡아주신다"고 했다. 백 감독이 강조했던 훈련의 성과가 확실히 나타나다보니 더 집중하는 측면도 커졌다. 신상우는 "지난 시즌 체력훈련을 하면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했는데, 확실히 부상도 예방되고, 체력에서 훨씬 나아졌다. 올해는 더 힘들었지만, 그 효과를 알기에 더 열심히 했다"고 했다.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신상훈은 "선수들간에 더 끈끈해졌다. 대회를 임하는 생각도 바뀌었다"고 했다. 백 감독은 평소 형처럼 장난도 잘치지만, 막상 훈련에 들어가면 달라진다. 신상우는 "함께 밥을 먹으면 '열심히 해', '잘 먹었니?', '별일은 없니?' 엄청 부드럽게 이야기 하신다. 그러다가 빙판 위에서 미팅에 들어가면 표정부터 바뀐다. '이 순간부터 생각 바꿔'라고 하시면 한번에 집중이 된다"고 했다.
가장 달라진 것은 자신감이다. 누구를 만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드는 것은 가장 큰 백지선 효과다. 신상우는 "감독님이 확실히 우리 멘탈을 바꿔주셨다. 예전에는 '무조건 안돼'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강팀이랑 붙어도 두려움이 없다. 부딪히다보면 언젠가 우리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두려움? 설레는 올림픽
신상우는 초등학교 2학년때 처음 스틱을 잡았다. 신상훈은 그런 형을 따라다니다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빠졌다.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이래 둘은 언제나 함께였다. 둘은 나이차가 제법나는 형제지만, 그 어느 형제 보다도 끈끈하다. 훈련장에서도, 훈련장 밖에서도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그런 둘이 함께 '꿈의 무대' 올림픽에 나선다는 것은 꿈도 꿔보지 못한 일이었다. 신상우는 "처음 아이스하키를 시작할때도 올림픽에서 뛰는 것은 상상 안했다.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톱디비전에 간다는 꿈도 못꿔봤다"고 했다. 신상훈은 "아직도 신기하다. 부모님은 '가문의 영광'이라고 좋아하신다.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다"고 웃었다.
이제 얼마남지 않은 올림픽,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신상우는 "옛날처럼 두려워 하지 않는다. 우리 연습경기 라인업을 보면서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더라. 하지만 올해 러시아와 연습경기를 하면서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지면 어때, 본시합에서 이기면 되지' 싶더라. 진짜 승부는 올림픽"이라고 했다. 신상훈도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 우리가 언제 캐나다 같은 팀과 시합을 해보겠는가"라고 웃었다.
목표는 명확해졌다. 백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목표로 '금메달'을 노래했다. 이 두 형제에게도 같은 목표가 생겼다. 신상우는 "우리는 감독님이 정한 목표에 따라가야 한다. 그 전에는 '올림픽 나가면 어떻게 하지'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금메달을 향해 가시겠다고 하니 우리는 거기에 맞춰서 하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함께 세리머니를 하는 장면도 꿈꿔본다. 신상훈은 "세리머니할 정신이 있을거 같지는 않지만, 우리 형제가 득점한다면 가장 먼저 서로에게 가지 않을까"하고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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