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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야드에서 공수해온 공을 건네받은 이동국(38·전북 현대)이 무심한듯 시크하게 한마디 툭 던진다. '70-70 달성'이라고 씌어진 공식 기록구에 쓱쓱 사인을 한다. 이동국 본인은 애써 무심했지만, K리그 35년사를 다시 쓴, 세상에 오직 하나 밖에 없는 공이다. 이동국은 지난 17일 K리그 클래식 29라운드 포항 원정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통산 197골 71도움으로 전인미답의 70골-70도움 고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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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그라운드를 호령하던 수많은 스타들이 명멸한 기나긴 세월 동안 그는 가장 오래, 가장 빛나는 별로 살아남았다. 2009년 전북 유니폼을 입은 후 매시즌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매년 득점왕을 목표 삼았고, 단 1분을 뛰더라도 골잡이는 매경기 골을 넣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뛰다 보니 골도, 도움도, 결국 '70-70' 기록도 따라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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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이 유난히 높던 22일, 전북 완주 봉동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동국에게 K리그 레전드이자 절친 11명의 '돌직구' 질문을 대신 던졌다. 최강희 감독, 신태용 감독, 김은중, 김병지, 김상식, 염기훈, 이근호… '살아있는 전설'은 반가운 이름들이 나올 때마다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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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감독님께 짐이 된다고 생각되기 전에 은퇴할 겁니다. 감독님께서 냉정하게 팀을 운영하시겠지만, 혹시라도 미안해하실까봐….' 올 초에도 많이 뛰지 못할 때, 감독님이 미안해하실까봐 걱정이 됐다. 아내에게 '올시즌이 마지막일 수 있다. 준비해야할 수도 있다. 여름까지만 보자. 감독님께 짐이 되기 싫다'고 말했다. 아내도 그러라고 했었다. 매경기 3명의 스트라이커(이동국, 에두, 김신욱)를 두고 고민하시는 감독님의 힘든 상황을 이해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감독님과 팀이 필요로 할 때까지 뛰고 싶다. 대박이에게 축구를 대물림하는 건… 내가 성격상 남에게 부탁하는 걸 싫어한다. 내가 부탁받을 수 있게 잘 크면 좋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본인이 좋아한다면 일단 시켜는 보고, 될 것같다는 확신이 들면 선수를 시킬 것이다. 될 것같은지는 내가 축구전문가로서 확실하게 볼 수 있다.
'사실 올해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출전시간이 부족했다. 작년부터 교체가 많아졌고,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 안에 해결해야 한다. 나이가 차고 출전시간이 줄어들면서 1분이 절실했다. 시간들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같았다. 시즌초에 마지막시즌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몸만 풀다 끝나는 경기도 있었다. 여름에 기회를 잡아보자,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라 믿고 준비했다. 내게 오는 그 짧은 시간동안 감독님이 필요로 하는 카드가 될 수 있도록 몸을 만들어놓자 생각했다. 기회를 받고, 보여주고… 그러다보니 좋은 일도 생겼다.
형, 저는 밥 사는 돈은 하나도 안아깝더라고요. 밥 사고 한턱 내는 거, 그런 걸 하기 위해 돈을 벌죠. 많이 베풀려고 합니다. 볼도 잘 주고, 밥도 잘 삽니다. 상식이형과는 선수 때부터 늘 같이 밥 먹는 사이인데, 대부분 상식이형이 사셨죠. 요즘은 코치님이 되셔서 감독님 보좌하시랴 선수들 돌보시랴 바쁘시니… 시간만 내주시면 언제든! 형에겐 뭘 사드려도 하나도 안아깝죠.
성환아, 너는 정신상태만 고치면 된다.(웃음) 진짜 좋은 애인데, 운동장에만 들어가면 터프해진다. 요즘은 젊었을 때보다 성질이 좀 죽은 것같다. 어렸을 땐 오죽했으면 우리가 심판한테 '쟤 좀 내보내라' 했다.(웃음) 성환이는 내 바로 아래 고참인데, 팀에도 동생들에게도 큰힘이 된다. 조성환 박원재 이동국, 우리셋이 베테랑인데 출장 기회가 많이 없을 때도 늘 성실히 함께 준비했다. 팀을 위해 절대 불평 불만하면 안된다고 했다. 이것이 전북의 힘이다. 성환아, 나는 너와 선수생활을 끝까지 하면 정말 좋겠는데, 나 은퇴할 때 같이 하면 네가 손해일 걸. 잘 생각해. 넌 더 뛰어야지.
재성아, 네 도움을 받고 싶다. 사실 포항전 끝날 때까지 재성이에게 준 어시스트가 70호인 줄 알았다. 경기 후 71번째인 걸 알았다. 올해 200호골 도움을 받게 된다면 재성이에게 받고 싶다. 그림이 좋을 것같다. 재성이는 큰무대로 나가야한다. 재성이는 전북에 온 이후 매시즌 우승시키는 선수다. 우리끼리 하는 말이 있다. 재성이가 뛰는 경기는 1군, 재성이가 없으면 1.5군이다. 재성이가 1년차일 때 같은 방을 썼다. 재성이는 오랫동안 유럽진출의 꿈을 품어왔다. 마지막 큰무대로 가는 길도 함께하면 좋겠다. 전북으로선 보내기 싫은 선수지만 큰 무대로 성장하는 길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재성이는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다 잘한다. 박지성 못지않게 활동량도 많다. 신인때부터 운동장에서 당당했다. 요즘은 여유도 생겼다. 팀을 위해 뛰고, 동료를 활용하는 팀플레이를 할 줄 아는 영리하고 성실한 선수다. 재성이를 데리고 가는 유럽구단은 정말 큰 보배를 데려가는 것이다.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미리 생각하고 나가면 좀더 어색할 것같다. 세리머니는 평소에 생각하는 것들이 그라운드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미리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방송에서 대박이와 약속했던 '알로하' 세리머니? 가능성 있다.
완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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