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수지가 드디어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배수지의 대표 이미지는 '국민 첫사랑'이었다. 2012년 개봉한 '건축학개론'에서 한가인 아역을 맡은 그는 비현실적인 청순 미모를 뽐내며 뭇 남성들의 첫사랑 판타지를 자극했다. 이후 배수지는 어떤 캐릭터를 만나든, 어떤 앨범을 발표하든 '국민 첫사랑' 타이틀과 함께 했다. 이러한 이미지는 배수지를 CF퀸으로 만들었지만, 배우로서 한 가지 이미지에 갇혀있다는 건 사실 엄청난 핸디캡이다. 그것을 의식하듯 배수지는 치명 멜로 '함부로 애틋하게'나 답답한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여류화가의 이야기를 다룬 '도리화가' 등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런 그가 드디어 새로운 인생캐릭터를 만났다. SBS 새 수목극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남홍주다.
남홍주는 예지몽을 꾸는 백수다. 그런 그가 똑같이 예지몽을 꾸는 검사 정재찬(이종석)을 만나 미래에 벌어질 비극적인 사고를 막으려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바로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메인 스토리다.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능력을 갖고 있는 탓에 남홍주의 인생은 고달팠다.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 남들과는 다르다는 외로움 등과 평생 싸워왔다. 그러다 자신과 똑같은 능력을 갖고 있는 정재찬을 만났으니 그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배수지는 이러한 남홍주를 사랑스럽게 그려내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28일 방송된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는 정재찬을 향한 남홍주의 적극 대시가 그려졌다. 남홍주는 본능적으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정재찬에게 끌렸다. 그러나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해본 적 없는 그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몰랐다. 그래서 오히려 "나에게 반한 게 언제부터냐"며 정재찬을 졸졸 따라다녔고, 급기야 "그남자 나한테 홀딱 빠진 것 같다"며 도끼병 말기 증세를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예지몽을 믿지 못하는 정재찬을 설득하기 위해 그의 하루를 미리 보내며 자신을 믿으라고 당부했다.
사실 자뻑 캐릭터는 완급 조절을 조금만 잘못해도 민폐로 전락하기 쉽다. 그러나 배수지는 이러한 남홍주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그려내며 기대를 높였다. 정재찬의 집에 찾아가기 전 신나게 주먹밥을 싸는 신은 배수지의 팬이 아니더라도 미소짓게 만들 만큼 매력적이었다. 이처럼 배수지는 연애를 알지 못하는 여자가 사랑에 빠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그려내며 웃음을 선사했고, 앞뒤 재지않고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돌직구 대시로 설렘 지수를 높였다. 특히 배수지의 연기 성장이 제대로 느껴졌다. 배수지의 약점은 불명확한 발음과 불안한 발성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결 편안해진 발성과 비교적 또렷해진 발음으로 거부감을 없앴다. 이와 함께 배수지의 강점이었던 발랄한 캐릭터 소화력은 강화됐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도 마음 놓고 배수지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게 됐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동일한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남홍주와 정재찬이 앞으로 벌어질 비극을 막고,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배수지가 또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가 쏠린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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