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2일이었다. NC 다이노스는 두산 베어스와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무척 중요한 경기였다. 당시 NC는 3위, 두산은 2위였고 4위 롯데 자이언츠가 바짝 따라붙는 상황이었다. NC가 4위로 미끄러질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조건 두산과의 2연전을 잡았어야 했다.
그날 NC의 선발 2루수는 박민우가 아닌 지석훈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다소 지친 박민우에게 휴식을 주기 위한 결정이었다.
지석훈의 최종 성적은 6타수 무안타 5삼진. 3회말 두번째 타석 1사 2루 찬스에서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것을 제외하면, 제대로 때린 타구가 한번도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야속하게도 득점권 찬스가 지석훈에 집중됐는데 결과는 삼진.
이날 경기 내용 때문에 더 아쉬움이 남았다. NC는 초반 더스틴 니퍼트를 흔들어 8점을 내고도 13대14로 졌다. 선발로 출전한 타자 중 지석훈은 유일하게 안타를 치지 못했다.
중요한 경기를 허무하게 놓치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지석훈은 선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이상하게 이 경기가 떠올랐다.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리즈 첫 경기. 지석훈은 선발 명단에서 빠져있다가 7회말 대수비로 경기에 나갔다. 그리고 8회말 NC가 2-2 동점을 허용했고, 경기는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지루하던 동점 접전이 지석훈의 손과 발로 균형이 깨졌다. 11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지석훈은 바뀐 투수 박시영의 초구 직구를 노려쳤다. 타구는 곧장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가 됐다.
진짜배기는 이 다음부터였다. 다음 타자 권희동 타석에서 상대 폭투가 나오자 주저 없이 3루까지 들어갔다. 바운드가 크게 튀지 않았지만 지석훈은 과감했다. 슬라이딩으로 3루 세이프가 선언됐다. 태그 타이밍이 아슬아슬했지만, 중계 방송의 느린 화면으로 봐도 절묘하게 태그보다 빨리 베이스를 터치하는 지석훈의 오른손이 보였다. 무사 3루 찬스를 혼자서 만들어낸 지석훈은 권희동의 2루타 때 가뿐히 홈을 밟았다. 침체돼있던 NC의 분위기를 단번에 바꾼 점수였다. 그리고 NC의 9대2 승리를 확정하는 결승 득점이었다.
'백업' 지석훈의 최선을 다한 플레이. 다시 찾아온 기회를 꽉 잡은 그가 NC의 승리를 불러왔다.
부산=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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