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해야 한다."
10일(한국시각) 모로코와의 두 번째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1대3으로 참패한 뒤 신태용 감독이 한 말이다.
"이기면 제일 좋다. 그러나 잘 안되는 게 축구"라며 패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왔던 유럽.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 신 감독의 평가전 목표는 '최선'이었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팬들께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확인'이었다. "내가 주문했을 때 선수들이 잘 하는지 보고 싶다."
그래서 두 번 봤다. 러시아전(7일·2대4 패)과 모로코전. 온도차가 있었다. 러시아전은 절반의 만족이었다. 깜짝 카드 '윙백 이청용'이 2도움을 했다. 신 감독은 "생각 이상으로 잘 해줬다. 내용면에선 합격점"이라 평가했다. 여기엔 '포어 리베로 장현수'도 포함됐다. 신 감독은 "첫 실험 치고는 상당히 잘 해줬다"고 했다.
그러나 모로코전을 치른 뒤엔 "반성해야 한다"는 말부터 나왔다. 포메이션은 같았다. 3-4-3. 장현수 이청용의 위치도 변함없었다. 기성용 지동원 김보경 김기희 송주훈 임창우 등 러시아전 선발로 나서지 않았던 선수들이 대거 기용됐다. 소속팀 출전이 적은 선수들에 대한 지적도 있었으나, 일단 내세웠다. 평가전이니까. 어쨌든 자신이 직접 또는 코칭스태프를 통해 확인하고 뽑은 선수들이다.
신 감독은 자기 선수들에 대한 믿음, 애정이 강한 지도자다. 그간 인터뷰, 기자회견에서도 선수 평가를 자제해왔다. 보호 목적이다. 그랬던 신 감독이 '선수 탓'을 했다. "선수들이 이 정도로 몸이 무겁고 경기력 떨어진다는 건 말이 안된다." "선수들이 그렇게 떨어질 것이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경기력이 너무 떨어진 모습에 나도 놀랐다."
괜히 선수 탓만 늘어놓은 것 같다. 하지만 신 감독 말도 맞다. 선수들이 뛰지 못했다. 벤치에서 "나와!"라고 외쳐도 선수들의 발은 땅에 붙어있었다. 감각도 바닥이었다. 드리블, 볼 터치, 빌드업 모든 게 투박했다. 한 마디로 '기준 미달'이었다.
'선수 탓'은 신 감독 자신을 겨냥한 화살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익숙치 않은 스리백은 자충수였다. 러시아전 2도움 신기루에 취해 이청용 측면 수비수 기용을 고집했던 것도 패착이었다.
"선수들이 그렇게 떨어질 것이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말은 변명거리도 안된다. 선수들을 믿고 발탁, 기용한 감독도 '탓'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책임의 일선에 서는 게 감독이다. 신 감독은 "나부터 반성할 것"이라고도 했다. 결론은 자기반성이다.
두 차례 참패로 쓰린 상처만 남았다. 처참한 결과다. 그래도 한 가지 확인했다. 유럽 원정의 유일한 성과. 그건 바로 냉혹한 현실 인식이다. '지금 신태용호는 기준 미달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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