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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전에 이어 모로코와의 평가전을 지켜본 사람들은 깊은 한숨을 감출 수 없었다. 희망의 파랑새를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표팀 행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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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 쇠퇴하는 존재에는 다 이유가 있다. 냉정하게 반성할 점은 반성해야 한다. 남 탓 할 때가 아니다. 협회, 감독, 선수 모두 자신의 현재를 객관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뼈 아픈 자기 반성만이 문제해결의 실낱 같은 희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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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문 인사'라고 한다. '축피아'(축구협회+마피아)라는 조롱 섞인 말이 떠돈 지도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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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축구의 비상 상황이다. 열린 마음으로 외부에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한국축구에 도움이 될 모든 것들이 협회로 모여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당장 감독을 바꿀 수도 없지 않느냐'는 말은 무작위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없다. 협회는 현장을 구성하고 지원하는 총 사령부다. 한국축구의 현재와 미래가 협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도 무한하다. 현재의 암담한 상황에 대한 총체적 책임 역시 협회에 귀결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 타이밍을 놓친 부분, 거스 히딩크 논란을 조금 더 선제적으로 잠재우지 못한 부분 등 구체적인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신태용 감독은 모로코전을 마친 뒤 "냉정하게 따져 반성해야 한다. 경기력이 너무 떨어진 모습에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당혹감과 놀란 탓에 던진 이 말들이 문제가 됐다. 경기력에 1차 책임자가 마치 남 이야기 하는 듯한 뉘앙스에 비난이 쇄도했다. 협회 만큼 신 감독 역시 현실 인식이 안일했다. 슈퍼맨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지나쳤다. 물리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단기 처방 속에 플레이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장기적이고 거시적 안목으로 대표팀을 이끌어야 할 사령탑. 자신감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게 지나치면 자만이 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월드컵 출전) 32개국 중 한국팀보다 못한 팀은 없다"는 안정환 MBC 해설위원의 탄식처럼 한국은 월드컵 최약체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떨어지는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잘난 감독이라도 남은 8개월 동안 어쩌다 모이는 대표팀을 완전히 다른 팀으로 바꾸는 마법을 부릴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을 냉철하게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이번에 해외파로만 대표팀을 구성한 것도 자신감이 깔린 지나친 배려였다. 비상상황인 만큼 K리그에 또 한번 양해를 구해 최대한 완전체로 '불신'의 꼬리표를 뗐어야 했다.
지금 한국축구에 필요한 것은 '멋있는 축구'가 아니다. 조직력과 투혼으로 무장한 '끈끈한 축구'다. 전술 훈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라운드에서 쓰러지겠다는 팀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다.
해외파로만 구성된 이번 대표팀의 평가전은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과거 한국 선수들에게 월드컵 무대는 쓰러져 죽어도 좋을 만큼 간절하고 황홀한 무대였다.
지금도 과연 그럴까.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힘들다. 왜 그럴까. 과거에 비해 훌쩍 넓어진 해외 취업 기회 속에 선수들은 높은 몸값을 받고 글로벌 무대로 진출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이제는 해외파로만 한 팀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속 빈 강정이다. 얼핏 서말의 구슬처럼 보이나 소속팀에서 뛰지도 못하는 선수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축구 엘리트라는 자부심은 한껏 높아졌다. 높아진 몸값 만큼 몸도 사린다. 일부 해외파는 팀 내 반목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원팀 정신도 없고 간절함도 없는데 제 실력 만큼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냉정하게 말해 대표팀 해외파 중 상당수는 넓어진 해외 취업 시장의 수혜자다.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할 선수들은 월드클래스다. 간절하게 죽어라고 뛰어도 1대1이 될까말까다. 이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착각하지 말자. 투혼과 희생 정신이 없는 한국 선수는 대표팀 발탁을 고사하고 소속팀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월드컵은 개인 영달을 위한 무대가 아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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