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50점 밖에 안돼요."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한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목감기였다. 덤덤한 척 했지만, 속 안에 있던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첫 경기가 끝나자 감기로 찾아왔다. 권 감독은 "긴장을 많이 했다. 컵대회을 해봤지만 정규리그는 확실히 다르다. 본게임이라는 생각이 확 들더라. 긴장 안해야지 했는데도 속으로는 엄청나게 긴장이 되더라"고 했다.
다행히 결과는 승리였다. KB손해보험은 15일 홈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개막전에서 3대2로 이겼다. 달라진 홈구장, 달라진 선수단, 첫 경기라는 변수 속 챙긴 귀중한 승리였다. "경기 후 핸드폰을 보니까 축하 문자가 엄청 많이 와있더라. 그래서 더 승리를 실감했다"고 웃은 권 감독은 이내 냉정을 찾았다. "경기를 돌아보니 내가 생각했던 배구에서 아직 50점 밖에 안되는 것 같다."
가장 큰 아쉬움은 이강원이었다. 올 시즌 주전 라이트로 올라선 이강원은 18득점을 올렸지만 공격성공률이 20퍼센트대에 그쳤다. 권 감독은 "이강원이 뚫어줬으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2단 연결 부분을 많이 강조했는데 그 부분이 잘 안나왔다. 아무래도 처음 풀타임으로 뛰다보니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공 때리는 체력이나 요령이 있는데 복잡하게 생각을 하더라"고 했다. 삼성화재전에서 10개의 에이스를 올렸던 서브도 아직 권 감독의 성에 차지 않는다. 권 감독은 "컵대회 때 보다 안들어간 것 같다. 확실히 의정부에서 첫 경기다보니 연습때도 잘 안들어가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시합때는 좀 나아졌는데, 더 좋은 경기를 하려면 서브가 더 강하게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많았다. 외인 알렉스의 능력을 확인한 것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 알렉스는 이날 35득점을 올렸다.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점대 이후 중요한 순간 마다 득점을 올려주며 해결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권 감독은 "컵대회때는 다른 선수를 시험해보려고 가급적 볼을 올리지 않았다. 훈련때 보면서 잘 뽑았구나 싶었다. 아직 100%가 아닌만큼 세터 황택의랑 호흡이 더 잘 맞는다면 더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새 보금자리도 만족스러웠다. 5000명이 넘는 팬들이 찾아오며 흥행 가능성을 알린데다, 기존 숙소와 가까워지며 경기력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권 감독은 "아늑하다는 느낌이랄까. 경기하기 좋은 분위기다. 팬들도 오시기 편해졌지만, 우리도 경기장까지 오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확실히 안정된 느낌이다"고 했다.
KB손해보험은 초반 3경기를 모두 홈에서 치른다. 초반 연승으로 가겠다는 것이 권 감독의 계획이었다. 권 감독은 "초반에 승리를 최대한 쌓아놓겠다. 부상 선수가 많은만큼 초반 승점 관리가 중요하다. 강영준이 이강원 힘들어 할때 들어가면 다른 패턴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부상 중이다. 다른 부상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일단 눈앞의 한경기부터 차근차근 갈 생각이다. 다음 경기는 18일 현대캐피탈전이다. 권 감독은 "현대캐피탈이 확실히 잘하더라. 우승을 해봐서 인지 흔들림이 없다"며 "별 수 있나요. 한번 더 생각하고, 한번 더 고민해봐야죠"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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