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도 뭔가 좀 할 때가 됐다."
올해 포스트시즌, 가을 잔치는 NC 다이노스 이호준에게는 매우 특별하다. 그는 이미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9월3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이미 성대한 은퇴식까지 치렀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시즌은 이호준에게는 '보너스 게임'이나 마찬가지다. 매 경기, 매 순간이 그에겐 특별한 추억 만들기나 다름없다.
이 보너스 게임이 길어지고 있다.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한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무려 8경기째다. 이호준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지난 18일 잠실구장에서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지금 우리 후배들이 내 퇴직금 불려주고 있는 거다. 정말 잘 해주고 있다"며 특유의 입담으로 후배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감상은 여기까지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승패로 갈린다. 이호준 역시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마냥 편하게 벤치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고군분투하는 후배들에게도 미안한 일이고, 자신 역시 상대에게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호준은 "나도 이제는 뭔가 좀 해야할 때가 됐다. 컨디션은 괜찮다"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사실 이호준은 비록 은퇴를 선언했더라도 쉽게 볼 수 있는 타자가 아니다. 풍부한 경험에 아직도 스윙에 힘이 실려 있다. NC 김경문 감독도 그래서 이호준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넣은 것이다. 실력으로도 보여줬다. 지난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는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이호준은 1-0으로 앞선 5회초 무사 만루 찬스에서 1타점 중전 적시타를 치며 종전에 자신이 갖고 있던 준플레이오프 최다 타점 기록(15타점)을 세우기도 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언제든 이호준이 나설 때가 올 것은 분명하다. 양팀은 잠실에서 1승씩 주고 받았다. 시리즈가 최소한 4차전까지는 열린다. 특히나 NC의 안방에서 3, 4차전이 열린다. 결정적 찬스에서 김경문 감독이 이호준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고, 준플레이오프 5차전처럼 선발로 투입할 수도 있다. 언제, 어느 순간이든 이호준은 준비가 돼 있다. 후배들이 만든 보너스 게임을 이제는 당당히 자신의 힘으로 더 이어가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하다. 과연 이호준의 활약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그의 가을은 깊어져만 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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