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세터가 만들어준 찬스를 해결하거나 찬스를 직접 만들어야하는 타순이 3번이다. 3번 타순에 장타력이 좋은 타자가 배치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장타력을 겸비한 발빠른 타자가 나서는 경우가 많다.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가 호타준족의 3번타자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이 3번 타자의 활약에 따라 명암이 갈릴 수 있다.
KIA의 3번은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다. 시즌 초반 한국 야구에 적응하지 못해 타격이 떨어졌지만 5월부터 불방망이를 과시했다. 발빠른 타자로 KIA는 1번 타자로 생각하고 영입했는데 알고보니 의외의 장타력도 가지고 있었다. 해결 능력이 있다보니 자연스레 이명기에게 1번 자리를 내주고 자신은 3번에 투입. 올시즌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 27홈런, 111타점, 118득점, 32도루를 기록했다. 한국무대에 데뷔하자 마자 득점왕에 등극. 도루 2위에 타점 공동 6위, 홈런 공동 9위 등 타격 전부문에서 고른 활약을 보였다.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클럽도 달성했다. 빠른 발을 이용한 넓은 중견수 수비폭도 장점이다. 시즌 초반만 해도 퇴출 가능성까지 얘기가 나왔지만 이젠 KIA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됐다.
두산의 박건우도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다. 타율 3할6푼6리, 20홈런, 78타점, 91득점을 기록했다. 타격 1위 김선빈(0.370)에 4리 뒤진 2위에 오르며 고감도 타격을 선보였다. 도루도 20개를 해 데뷔 후 처음으로 20-20클럽에 가입했다. 버나디나와 같은 중견수. 빠른 발을 지닌 만큼 안정된 수비를 보여준다.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타격감이 좋았다. 4경기서 13타수 6안타로 타율 4할6푼2리를 기록했고, 1홈런, 타점을 올렸다.
둘 다 시즌 성적은 좋았지만 상대성적에선 희비가 갈렸다.
버나디나는 두산을 상대로는 타율 2할1푼1리(57타수 12안타), 2홈런, 11타점, 2도루를 기록했다. 그리 신통치 않은 성적. 반면 박건우는 KIA전에 14경기에 나와 타율 4할4푼6리(56타수 25안타)에 7타점, 5도루를 기록했다.
KIA는 4번 최형우-5번 나지완, 두산은 김재환-오재일의 한방있는 강력한 중심타선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앞에 주자가 얼마나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서 올시즌 20-20클럽을 달성한 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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