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전까지 정규시즌 우승팀 KIA 타이거즈가 아닌 2위팀으로 플레이오프를 거친 두산 베어스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 본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두산의 한국시리즈 경험을 큰 무기로 꼽았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면서 내공을 쌓아 큰 경기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KIA는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선수가 별로 없다. 한번이라도 출전해본 선수가 9명. 그 중 최형우와 임창용을 빼면 이범호 나지완 안치홍 등 7명의 선수가 8번 출전했다. 그것도 꽤 오래전이라 한국시리즈가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KIA의 베스트 라인업에서 이명기와 김주찬 로저 버나디나, 김민식 김선빈 등 5명이 첫 한국시리즈였다. 불펜진에서도 마무리 김세현과 왼손 중간계투 고효준 정도만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다. 김윤동과 심동섭 등 젊은 투수들은 큰 부담을 안고 마운드를 오를 수밖에 없었다.
1차전서 3대5로 패할 때만해도 KIA의 경험부족이 두산에 밀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KIA 선수들은 2차전부터 스스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강공일변도로 힘으로 붙으려했던 두산과 달리 KIA는 기습번트, 도루 등 여러가지 작전을 통해 두산 수비를 흔들었다. 마운드도 빠른 교체로 두산 강타자들을 힘으로 상대했다. 3주를 쉬면서 두산에 대비한 작전이 맞아떨어졌다.
큰 경기 경험은 초반부터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느냐다. 2차전서 오히려 두산의 실책으로 결승점을 뽑아 1대0의 승리를 거둔 KIA는 3차전부터는 한층 여유있는 공격과 수비로 큰 경기를 처음치르는 부담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두산이 경험많은 선수들이지만 경기가 풀리지 않자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유희관이 1루 커버를 늦게 가서 안타를 만들어준다거나 김재호가 평범한 땅볼을 제대로 잡지 못해 점수를 내주는 등 오히려 두산이 '초짜'같았다.
'초짜'들은 정규시즌 우승팀이라는 자존심을 갖고 철저한 준비로 '타짜'들이 모인 두산를 제압하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하다는 말이 있다. KIA 선수들은 어느새 강자가 돼 있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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