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의 동행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27년간 가장 가까이서 힘이 됐던 어용국 경주한수원 감독(55)과 서보원 코치(48)는 말 없이 서로를 안아주었다.
어 감독과 서 코치는 경주한수원의 살아있는 역사다. 어 감독은 1986년 경주한수원의 전신인 한국전력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코치 겸 주무, 수석코치를 거쳐 지금까지 31년간 한 팀에 몸담았다. 그의 뒤에는 서 코치가 있었다. 1990년 한국전력에 입단한 서 코치는 어 감독이 수석코치가 된 2002년 코치가 돼 어 감독을 보좌했다. 둘은 무려 27년간 한 팀에서 실과 바늘처럼 지내고 있다. 서 코치는 "프로축구에서 있을 수 없는 역사를 우리가 만들고 있다"고 웃었다.
어 감독과 서 코치는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지만 단 하나, 우승컵이 없었다. 서 코치는 "이전에는 경주한수원이 투자를 하지 않았다. 2008년부터 조금씩 팀에 힘이 생긴 후 챔피언결정전에 나섰다. 처음에는 잘 모르고 부딪혔고, 그 다음부터는 무섭더라. 우승에 계속 실패한 후에는 아쉬움만 커졌다"고 했다. 그 아쉬움을 마침내 떨쳤다. 경주한수원이 3전4기 끝에 창단 첫 내셔널리그 정상에 섰다. 경주한수원은 11일 경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김해시청과의 2017년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전반 19분 고병욱의 결승골로 2대0 승리를 거뒀다. 1차전에서 0대1로 패했던 경주한수원은 1, 2차전 합계 2대1로 앞서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010, 2013, 2015년 모두 준우승에 그쳤던 경주한수원은 마침내 가슴에 별을 달게 됐다. 어 감독은 "오늘처럼 기분 좋은 날이 있었나 싶다. 행복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서 코치도 "10년 묶은 체증이 내려갔다. 이번에도 준우승 했으면 내년 시즌이 슬플 것 같았다. 다행히 우승 강박이라는 긴 터널을 벗어났다"고 했다.
우승 후 힘들었던 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어 감독은 "우승이 확정된 순간 과거 생각들이 나더라. '왜 그간 마지막을 넘지 못했을까'하는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고 했다. 둘의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생각난 이가 있다.2011년 신장암으로 별세한 고 배종우 감독이었다. 배 감독은 어 감독과 서 코치가 선수생활을 할때부터 경주한수원을 이끌었다. 배 감독이 투병 중 마음편히 팀을 떠날 수 있었던 것도 어 감독(당시 수석코치)과 서 코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 코치는 "이 순간 함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우승트로피를 들고 찾아가겠다"고 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둘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서 코치는 "감독님과 나는 성격이 다르다. 나는 때로는 욱하기도 하는데, 감독님은 인자하다. 같은 성격이었으면 부딪혔을거다. 너무 달라서 오히려 부딪히지 않았다. 다른 팀 코칭스태프 관계를 보면 경직된 부분이 있는데 우리는 전혀 그런게 없다"고 했다. 이심전심이었다. 둘은 말하지 않아도 통했다. 28년이 쌓은 믿음이었다. 어 감독은 서 코치에게 많은 권한을 줬다. 서 코치는 언제나 기대에 딱 부러지는 모습으로 팀을 관리했다.
어 감독과 서 코치는 또 다른 28년을 꿈꾼다. 너무도 다른 그들 답게 또 다른 28년을 위한 해법도 달랐다. 어 감독은 과거를, 서 코치는 현재를 강조했다. 어 감독은 "내셔널리그에서 우리와 대전코레일의 역사가 가장 길다. 우리들이 항상 내셔널리그의 기둥이라 생각한다. 자부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서 코치는 "우승을 해서가 아니라 현재 이 순간이 항상 최고의 순간이다. 항상 간절하게 뛰어야 한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둘이 있어 가장 빛난다는 사실이다. "금년도 고생 많았고, 또 내년 준비해야 한다. 내년도 금년 못지 않게 좋은 팀 만들수 있게 지금처럼 해줘."(어 감독) "우승해도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28년 동안 그렇게 지냈듯이 열심히 하겠습니다."(서 코치)
경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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