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쳐냈다.
14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보여준 수문장 조현우(26·대구)의 모습이었다. 조현우는 이날 열린 세르비아와의 친선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A매치 데뷔전이었다.
조현우는 K리그 클래식 최고의 골키퍼다. 2013년 대구에 입단한 그는 2015, 2016년 연속으로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베스트 골키퍼로 선정됐다. 클래식으로 승격한 올 시즌에도 그의 활약은 계속됐다. 대구의 주전 골키퍼로 팀의 클래식 잔류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26세의 나이로 비교적 젊은 골키퍼지만 어느 새 K리그 통산 143경기에 나서 경험도 풍부하다.
우려의 목소리는 있었다. "과연 A대표팀에서도 통할까?" 조현우는 실력으로 답을 대신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아니, 최근 A대표팀 골문을 지켰던 수문장 중 가장 뛰어났다. 데뷔전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우선 수비 리딩능력이 돋보였다. 그 동안 대표팀 차출 횟수가 적고, 출전 경험이 없어 소통 능력에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세르비아전을 통해 본 조현우의 수비 리딩능력은 기존 골키퍼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최후방에서 상대 공격수의 동선과 패스 길을 읽고 수비수에게 전달하며 안정적인 라인을 구축했다.
골키퍼로선 보기 드문 '양발잡이'라는 점도 조현우의 강점이었다. 조현우는 양발 킥을 자유자재로 활용, 상대 공격진의 빠른 압박에 한 발 앞서 공을 처리했다.
하지만 골키퍼의 가치는 역시 선방 능력. 조현우의 세르비아전 플레이 백미는 전반 25분에 나온 그림 같은 선방이었다. 세르비아의 '에이스' 아뎀 랴이치(토리노)가 자신이 얻은 아크 정면 프리킥을 오른발로 직접 감아 때렸다. 예리한 궤적으로 뻗어나간 공은 그대로 한국 골문 상단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했다. 모두가 실점이라 느꼈던 바로 그 순간. 조현우가 나비처럼 날아올라 공을 쳐냈다. 근래 보기 드문 '슈퍼 세이브'였다. 키커 랴이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조현우는 냉정을 유지했다. 바로 이어진 코너킥 방어를 대비했다. 침착함까지 돋보였던 순간이었다. 후반 14분 랴이치에게 실점을 내주긴 했으나, 조현우의 책임을 묻긴 어려운 장면이었다.
조현우의 등장으로 신태용호 수문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냉정히 봤을 때 지금까지 경기력은 조현우가 가장 앞선다. 가장 뒤에 있던 넘버3 골키퍼 조현우가 A대표팀 수문장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울산=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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