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희생' 또는 '헌신'. 그의 모든 몸싸움에 담긴 의미다.
최근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에서는 전주 KCC가 가장 '핫(hot)'하다. 지난 10일 안양 KGC전부터 5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1위팀 서울 SK를 상대로 81대76 승리를 거두며 SK의 독주 모드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선두 싸움에 불을 붙였다. 최고 연봉자 이정현이 대표팀 차출로 빠졌음에도 전력이 흔들리지 않았다. 내친 김에 18일 고양 오리온전도 이겼다.
이와 같은 KCC의 상승세는 여러 요인이 복합된 결과다. 찰스 로드-안드레 에밋의 두 외인 선수가 일단 잘 해주고 있다. 여기에 전태풍의 지칠 줄 모르는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 뒤에는 토종 최장신 센터 하승진의 '자기희생'이 숨어있다. KCC 추승균 감독은 "궂은 일"이라고 표현한다. 이건 단순히 득점이나 리바운드 갯수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내가 아닌 동료들을 빛나게 하는 플레이, 바로 몸싸움이다. 이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하승진의 말에 담겨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 의미 없는 몸싸움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 농구에서 의미 없는 몸싸움이라는 건 없다." 지난 16일 SK전 승리 후 한 말이다.
바꿔 말하면 하승진의 농구론에서 모든 몸싸움은 의미가 다 있다는 것이다.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다. 보통 하승진과 같은 센터들의 몸싸움은 골밑에서 리바운드 싸움을 할 때나 슛을 위한 패스 위치를 만들려고 할 때 또는 스크린 상황에서 많이 생긴다. 이런 상황이 아닌 곳에서 벌어지거나 혹은 효율적이지 못한 움직임에 대해 '의미 없는 몸싸움'이라고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하승진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반칙이 아니라면 코트 안에서 최대한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해줘야 개인에게든, 팀에게든 도움이 된다는 것.
하승진은 "(몸싸움을)계속 해야 상대도 지친다. 그러면 나에게 공이 오든지 안 오든지 찬스가 생긴다"면서 "특히 이번 시즌 우리 팀에는 나 말고도 공격 옵션들이 많다. 내가 굳이 안하고 찬스만 만들어줘도 좋더라. 결국 앞으로도 계속 (몸으로)비비면서 길을 만들어 줄 생각"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추 감독이 "궂은 일"이라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일단 체력적인 부담이 크고, 또 부상 위험도 있다. 그러나 하승진은 이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부상 때문에 단 2경기 밖에 나오지 못한 지난 시즌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이제 프로 10년차가 된 하승진의 책임감이 한층 더 깊어진 것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하승진의 몸싸움은 지금 KCC의 상승세를 떠받치는 힘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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