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 구단에게는 연고지역과 상생, 발전을 모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 프로 구단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해외 팀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선수들의 인식 부족도 문제이지만 구단에선 거창한 그림만 그리려고 한다. 구단이 지역에 뿌리를 제대로 박지 못하다 보니 지자체 또는 업체들이 구단에 대해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하는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은 양 측이 지역민들을 위해 힘을 모으는 시스템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2005년부터 천안을 배구특별시로 만든 현대캐피탈의 경우다. 2017년 올해의 브랜드 대상 프로스포츠 남자배구 부문 올해의 프로배구단에 선정된 현대캐피탈은 지역 업체와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윈-윈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를 이용한 먹거리 마케팅이다. 현대캐피탈은 60년 전통의 '옛날 호두과자'와 힘을 합쳐 기존 배구공 모양의 호두과자 뿐만 아니라 구단 캐릭터(몰리) 모양의 호두과자도 출시하는 등 다양한 머천다이징(MD) 상품의 폭을 넓혔다.
사실 수익적인 면을 따지면, 현대캐피탈-옛날 호두과자의 상생은 이뤄질 수 없었다. 전국 2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옛날 호두과자는 몰리 모양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선 생산라인을 중단하고 틀을 바꿔야 한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의 홈 경기는 총 18차례. 옛날 호두과자 측으로선 이 18일에 대한 수익을 포기하고 현대캐피탈과의 약속을 지키는데 주력해야 할 난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상조 옛날 호두과자 대표이사의 대승적 결단이 있었다. 그의 적극적인 자세와 발상의 전환 덕분에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었다.
"현대캐피탈의 빅 팬"이라고 소개한 이 대표는 "시작부터 난관들이 많이 있었다. 기술적인 면, 제품 구성, 품질 등에서 감안을 많이 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엄밀히 따지면 옛날 호두과자 측에서 보면 수익 사업은 아니다.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면 대기업이 뛰어들었을 것"이라며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10명이 투입된다. 시간도 투입된다. 배구공과 몰리를 일반 제과로 만들면 쉬운데 호두과자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기왕 배구단과 상생하겠다고 마음을 먹자 욕심이 생겼다. 이 대표는 "생산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욕심이 생기더라. 기술적으로도 직원들이 반대했었지만 기술적으로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우리도 '윈-윈'을 약속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이젠 사명감도 생겼다. 이 대표는 "현대캐피탈은 고정 팬이 많다. 천안에서 10년 이상 뿌리를 내린 현대캐피탈이 지역민들을 위해 나선 사업이기 때문에 도와주고 싶었다. 나도 이름을 가지고 사업하는 사람인데 사명감이 생기더라. 배구계 최초의 시도라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고 더 맛있고 좋은 품질의 상품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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