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머니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어떤 분은 저보고 꼭 무리뉴 감독 같다고 하던데요."
영상 속 조진호 부산 감독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눈물을 참았다. 20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진행된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어워즈. 웃음꽃 만발해야 할 장내엔 적막이 드리워졌다. 슬픔이었다.
조 감독은 이날 K리그 어워즈 특별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영예의 순간. 하지만 주인공은 무대에 설 수 없었다. 조 감독은 지난달 10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조 감독의 영상이 끝나고 조명이 켜졌다. 행사에 참석한 모든 감독과 선수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더 이상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조 감독의 목소리. 보고 싶어도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조 감독의 환한 미소. 장내 분위기는 더욱 엄숙해졌다.
그 고요한 적막 속에 한 소년이 시상대에 올랐다. 조 감독의 아들 한민 군이었다. 한민 군의 눈은 조 감독을 쏙 빼닮았다. 초롱초롱하고 맑은 눈. 씩씩하게 눈물을 참았다. 그리고 고사리 손으로 특별 공로상패를 힘차게 움켜쥐었다.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로부터 상패를 전해 받은 한민 군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저희 아버지께 이런 좋은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더 할 말이 있는 듯 잠시 숨을 고른 한민 군. 한 마디 더 했다. "아빠 사랑해요." 고요함을 깨고 터져 나온 박수갈채. 감동이었다.
이 말을 들은 권 총재가 마이크를 잡고 화답했다. "조진호 감독 아드님이 나오는 걸 방금 듣고 나왔다. 문자 메시지 보니 조 감독이 8월에 추석 보름달 사진을 보냈었더라. 그 때 부산에 가질 못했는데 어떻게든 마련해서 아드님 하는 일에 도움 될 수 있도록 힘을 다 하겠다."
특별 공로상 수상자, 조 감독. 상을 받아야 할 그가 오히려 K리그에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조 감독이 남긴 마지막 선물이었다.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를 다시 깨운 건 조나탄(수원)이었다. 조나탄은 올 시즌 22골을 터뜨리며 클래식 득점왕에 올랐다. 이재성(전북)에 밀려 비록 최우수선수(MVP)는 놓쳤지만, 베스트11 공격수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팬 투표 전체 3511표 중 2161표를 휩쓸며 아디다스 팬(FAN)타스틱 플레이어에 선정됐다. 조나탄은 "부상 회복중에도 동기부여를 해준 서정원 감독님 도움이 컸다"며 "(팬타스틱 플레이어)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팬들의 투표 덕분"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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