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지도자'라기 보단 '큰형'같은 이미지였다.
43세의 젊은 사령탑, 그의 지도 스타일은 '형님 리더십' 그 자체였다. 특유의 털털한 성격으로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섰다. 부진에 빠진 선수가 생기면 김 감독은 따로 불러 술잔을 부딪혔다. 맛난 안주에 술 한잔 위로 대화가 오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스한 시간 속에 경직된 선수들의 마음은 이내 풀어졌다. 그렇게 김 감독은 어느덧 선수들에게 지도자인 동시에 '큰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하지만 팀 성적이 바닥을 치자 김 감독의 이런 강점이 도리어 비난의 화살로 돌아왔다. 전술 능력이 부족해 인간적인 면모로 단점을 덮으려는 게 아니냐는 음해성 시각. 억울했지만 성적이 안 좋으니 대놓고 반박할 수도 없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단 7승에 그치며 승점 20점으로 최하위인 7위에 머물렀다. 당시 6위 KB손해보험(승점 43)과의 격차가 무려 승점 23점이었다. 압도적인 꼴찌였다.
거센 비판에 직면했지만 김 감독은 결코 고개를 떨구지 않았다. 오히려 어깨 펴고 선수들을 지도했다. "선수들은 나를 믿고 코트에 오른다. 내가 고개를 떨구면 우리 선수들은 어떻게 되겠나."
선수들이 손가락질 받지 않게 하기 위해, 김 감독은 '눈'을 부릅떴다. 21일 대한항공과의 대결은 부릅뜬 매의눈이 빛을 발했던 한판이었다. 김 감독은 1세트 20-18로 추격당하던 시점에 작전타임을 불렀다. 센터 박원빈의 플레이를 지적했다. "송희채 보단 이민규의 블로킹이 더 좋다. 그리고 상대 사이드는 가스파리니다. (가운데에 민규를)원맨 둔다고 믿고 한번…. 알았지?" 가운데를 과감히 이민규 원맨 블로킹으로 가고, 박원빈을 측면에 집중시키겠다는 판단이었다.
제대로 적중했다. 박원빈은 가스파리니의 백어택을 블로킹으로 잡아내며 22-19를 만들었다. 이어 22-20 상황에선 가스파리니 백어택을 막은 송명근의 블로킹을 어시스트 하며 대한항공의 추격의지를 꺾었다.
김 감독의 눈은 브람의 경기력도 끌어올렸다. 김 감독은 브람의 공격이 대한항공 블로킹에 잇달아 막혔던 3세트 21-22 상황에서 브람의 점프 타이밍을 지적했다. 너무 일찍 뜬다는 것. 김 감독의 지적을 받은 뒤 브람은 다시 경기력을 회복,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뒷심 부족'을 떨쳐내고 4세트에만 7득점을 올렸다. 브람은 대한항공전 총 40득점(공격성공률 61.29%)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브람이 급한 마음에 높은 볼 연결에도 너무 일찍 점프를 했다. 공을 매달려서 때리게 되니 상대 블로커들에게 계속 잡히는 상황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고비마다 적중한 김 감독의 직관적인 작전 지시로 OK저축은행은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대1로 제압했다.
큰 형님 같은 넉넉한 품을 지닌 김 감독. 그에게는 날카로운 '전술가의 눈'이 숨겨져 있었다. 김 감독은 "경기 중 발생하는 상황들을 빠르게 파악해 수정, 보완해야 할 포인트를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 세트, 블로킹 등 그간 팀의 약점이었던 부분들을 강화해가면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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